한달 일찍 등장한 수박…봄재킷은 이미 퇴장
더위가 예년보다 일찍 시작되면서 유통업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탄산음료, 비빔면 등은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 반면 블라우스 등 봄 의류는 부진한 실적을 내며 한철 장사를 사실상 마감했다. 대형마트들은 수박 등 여름 과일과 팥빙수 재료, 쿨매트 등을 예년보다 한 달이나 일찍 내놓으면서 여름 모드에 돌입했다. 또 같은 여름 상품이라도 기온에 따라 잘 팔리는 상품이 달라 유통업체들은 기온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는 여름 상품 매출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이마트에서는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생수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6% 증가했다. 같은 기간 탄산음료 매출도 7.8% 늘었다. 제습기(447.7%) 선풍기(84.1%) 등 여름용 가전제품 매출도 크게 늘었다.
한달 일찍 등장한 수박…봄재킷은 이미 퇴장
롯데마트에서는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선글라스(184.9%)와 선케어 화장품(62.6%) 매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음료가 전체 매출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편의점은 성수기를 맞았다. 지난 4월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GS25에서는 아이스음료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63.2% 늘었다. 맥주(45.7%), 탄산음료(31.5%), 비빔면(28.9%) 매출도 큰 폭의 신장세를 나타냈다.

예년보다 일찍 시작된 더위가 여름 상품 매출을 끌어올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평균기온은 14도로 작년 같은 달보다 4도 높았다. 이달 들어서도 기온이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13일 서울 낮 최고기온은 25.6도로 평년보다 3.6도 높았다.

여름 상품이 유통업체 매장에 깔리는 시기도 앞당겨졌다. 롯데마트는 쿨매트 등 여름에 쓰는 침구류와 모기장을 지난달 중순부터 팔고 있다. 작년에는 5월 중순에야 내놓았던 상품들이다. 팥 시럽 얼음 등 팥빙수 재료도 작년보다 열흘 이상 이른 4월 초부터 팔기 시작했다. 7월 이후 한여름이 제철이던 수박은 이미 이달 초부터 대형마트 과일 매대를 점령했다.

이른 더위가 반갑지 않은 상품도 적잖다. 음료 중에서도 과즙음료와 두유, 차 등은 기온이 올라갈수록 매출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날씨가 더워지면 탄산음료와 생수에 수요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이마트에서는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2일까지 과즙음료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7% 줄었다. 두유 매출도 3.2% 감소했다. 블라우스와 얇은 재킷 등 봄 의류는 예년보다 일찍 여름옷에 자리를 내줬다. 롯데백화점의 지난 4월 블라우스 매출은 전년 동월보다 10% 감소했다.

여름 상품 중에서도 기온에 따라 잘 팔리는 상품이 달라진다. 빙그레가 기온대별 매출을 분석한 결과 낮 최고기온이 25도 이하일 때는 ‘투게더’ 등 홈아이스크림이 빙과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지만 30도 이상이 되면 ‘더위사냥’ 등 펜슬류와 아이스바 비중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CU에서는 낮 최고기온이 34도를 넘으면 탄산음료 비중이 낮아지고 생수와 이온음료 비중이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준용 CU 트렌드분석팀장은 “올여름은 평년보다 더울 것으로 예상돼 음료와 아이스크림 비중을 높이고 있다”며 “기온 변화와 점포별 입지에 따라 상품 구성을 다르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승호/강진규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