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셰일광구 운영경험 필요하다
미국의 ‘셰일혁명’이 세계 에너지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지만 부존량이 많은 중국이나 유럽 등 미국 이외 지역에서는 대규모 셰일가스 생산에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중국은 물이 부족하고 인프라도 떨어지며 미국과는 다른 지질 여건 때문에, 유럽은 셰일가스의 수압파쇄 생산공법에 대한 환경단체나 지역주민들의 거센 저항으로 개발이 부진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미국 이외 지역의 정책당국이 적극적인 셰일가스 정책을 추진하면서 대규모 셰일가스 생산에 대한 기대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특히 중국은 최근 생산증가율이 크게 상승하면서 셰일가스에 대한 당국의 집념도 더욱 강해지고 있다. 민영기업들에 셰일가스 개발을 허용하고 보조금을 지급할 뿐만 아니라 세제 혜택도 확대하고 외국기업의 단독투자도 허용할 방침이다. 셰일가스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가스가격을 시장가격으로 전환하는 개혁정책도 추진 중이다.

유럽도 가스수입량이 늘어나고, 수입가스의 높은 러시아 의존도에 대한 불안으로 셰일가스 개발에 대한 정책당국의 태도가 좀 더 적극적으로 전환됐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셰일가스 관련 규범을 제정했고 영국, 폴란드 등은 셰일가스 개발에 세제혜택 방침을 밝혔으며 수압파쇄공법에 대한 강한 거부감도 점차 누그러지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대규모 셰일가스 생산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생산되더라도 공급가격은 미국의 3~7배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셰일혁명을 일으킨 미국에서조차 환경문제로 논란 중이며 셰일가스 생산잠재력이 곧 하강할 것이라는 비관적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셰일가스 생산기술이 진보해 현재의 기술적, 환경적 불확실성이 제거될 시기가 올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셰일혁명을 일으킨 수압파쇄 시추기술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느 전문기관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란 점이 이런 가능성을 대변한다. 셰일가스는 거의 전 세계에 부존돼 있기 때문에 기술이 진보할수록 셰일가스와 관련한 막대한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국제 분석기관인 우드매킨지는 작년 한 해 석유가스개발에 6000억달러 이상이 투자된 것으로 추정했다. 이렇게 투자된 자금들은 정보기술(IT), 기계, 건설, 플랜트 등 여러 산업으로 흘러들어가 거대한 자원개발 산업군을 형성하고 있다. 셰일가스 개발이 확대되면서 수압파쇄공법에 따른 신규 산업들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수압파쇄에 필요한 물처리 산업이며, 수평시추에 견딜 수 있는 특수 철강제품의 수요도 늘고 있다. 신규 가스전과 소비지를 잇는 파이프라인 시장도 막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향후 형성될 대규모 셰일가스 관련 산업의 투자시장에 대비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셰일가스 산업에 대한 우리의 역량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셰일가스 생산이 활발한 미국에서 셰일광구를 매입하고 현지 기술서비스 기업도 사서 직접 광구를 운영하면서 관련 기술과 산업들을 체득하는 투자가 있어야 한다. 자원개발은 경험이 산업 역량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지분투자로는 기술과 연관 산업들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기 어렵다.

아직 불확실성이 높지만 중국의 셰일가스 사업에도 참여하는 전략적 투자가 필요하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국제 기업들은 중국 셰일가스 생산이 불투명함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거대하게 형성될지도 모르는 시장의 선점을 위해 투자하고 있다. 동시에 부존량은 많으나 아직 셰일가스 광구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하지 못한 유럽과 중남미 지역에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면서 우리가 경쟁력 있는 분야들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정우진 < 에너지경제硏선임연구위원·객원논설위원 wjchung@keei.re.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