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심 >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김기춘 비서실장(가운데)과 함께 회의장으로 가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 고심 >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김기춘 비서실장(가운데)과 함께 회의장으로 가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청와대로 국무위원 전원을 소집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국가개조’ 방향을 담은 담화문 발표를 앞두고 장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자리였다. 평소 한 시간 정도 하던 회의가 이날은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1시가 다 돼서 끝났다. 여느 국무회의 때와 달리 박 대통령은 발언을 최대한 삼갔고, 세 시간 내내 장관들 의견을 듣는 데 집중했다. 배석한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장관들끼리 시종일관 진지한 토론이 이어졌고, 때때로 격론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은 앞서 지난 11일에도 예정에 없던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소집해 2시간45분간 세월호 참사 후속 대책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한 참모는 “세월호 수습을 위한 담화문에 어떤 내용을 담을지를 놓고 대통령의 고심이 그만큼 깊다는 방증 아니겠느냐”며 “어떤 내용을 내놔도 비판이 나올 게 자명한데 최대한 실현 가능한 대안을 내놓고 진정성에 호소하는 방안을 찾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당초 처리할 공식 안건은 원자력 방호·방재법 개정 공포안 등이었다. 하지만 안건은 맨 뒤로 돌리고 ‘세월호’를 주제로 한 토론부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국가재난안전제도 등에 대해 그동안 수렴한 의견 등을 바탕으로 조만간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려고 한다. 거기에 집중해서 논의해달라”고 했다. 평소 5~10분에 달하던 모두발언은 이날 1분으로 끝냈다.

곧바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사회로 토론이 시작됐다. 민경욱 대변인은 “정홍원 총리가 진도 세월호 현장에 내려가 있어 현 부총리가 마이크를 잡았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중심으로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신제윤 금융위원장 등 왼쪽순으로 발언을 이어갔다.

한 참석자는 “국가재난관리 체계와 공직사회 개혁 방안 등에 대한 토론이 열릴 것이라는 예고가 며칠 전 장관들에게 전달된 만큼 각자 미리 준비한 의견을 돌아가며 개진하는 형태로 회의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한 장관이 의견을 제시하면 다른 장관들이 이에 대한 코멘트를 달았고, 일부 의견에 대해선 난상토론이 벌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토론 내용과 장관 발언에 대해서는 민 대변인과 배석한 청와대 수석비서관은 물론 참석 장관들도 일체 함구했다. 토론 내용을 바탕으로 대통령 담화문이 준비되는 만큼, 사전에 내용이 외부에 유출되지 않도록 청와대에서 입단속을 주문했다고 한다.

다만 참석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내각 총사퇴의 각오로 임하자’는 통렬한 자기반성이나, ‘고시제를 폐지하자’와 같은 파격 아이디어는 제시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정치인 출신 장관이라도 있었다면 이른바 분위기를 잡을 ‘센’ 발언이 있었겠지만 그러지는 않았다”며 “미리 주어진 주제에 대해 준비해온 의견을 내놓고 어떤 게 더 나은 대안인지를 토론하는 데 집중했다”고 전했다.

다른 참석자는 “주로 재난안전시스템과 관련, 국가재난처 신설시 기능과 역할 등에 대한 의견을 많이 교환했고 공직사회 개편은 시간이 부족해 생각보다 많이 얘기하지 못했다”며 “오늘 자리에서 결론을 내는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했다.

국정기획수석실은 지난 11일 수석비서관회의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이뤄진 논의를 바탕으로 담화문 초안을 만들 예정이다. 민 대변인은 “추가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가질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했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는 시기는 이르면 이번주 후반인 15~16일이나 늦어도 다음주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담화문에는 세월호 참사 수습 과정에서 정부의 소홀과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재난안전체계 구축 방안, 공직사회 개혁 방안 등 ‘국가개조’ 계획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국가개조 계획을 구체적으로 내놓기에는 준비 기간 등을 감안해 시일이 다소 이르다는 판단도 있어 대통령의 명확한 의지와 개략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수준에서 언급될 것”이라며 “민간의 폭넓은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 구체적인 방안을 차근차근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종태/도병욱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