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엔당 1000원 선이 무너졌다. 원화값이 고공행진하며 올초의 엔저 우려를 재연하고 있다.

13일 원·엔 환율은 오후 3시58분 현재 100엔당 998원14전(외환은행 고시기준)까지 내렸다(원화값 상승). 지난 1월2일(995원63전) 이후 최저치다. 이달 초 100엔당 1004~1014원대였던 원·엔 환율은 이날 오후 1000원 선을 깨고 세 자릿수에 진입했다. 원·엔 환율은 지난 2일에도 장중 999원90전으로 내려간 적이 있지만 곧 1000원대로 복귀했다.

글로벌 달러 약세 속에 원화가치는 꾸준히 오르고 있다. 원화값은 달러당 1022원10전(13일 기준)으로 1년 전보다 8.2% 급등했다.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면서 달러 매도가 활발해진 영향도 컸다.

반면 엔화값은 달러당 102엔대에 머물러 같은 기간 1.7% 하락했다. 일본 중앙은행이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이어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원화 강세 속도가 엔화에 대해서도 빨라지면서 수출전선에 먹구름이 끼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원·엔 환율이 1% 내릴 때 수출은 0.92%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철강(-1.31%) 석유화학(-1.13%) 기계(-0.94%) 수출에 큰 타격을 입힌다는 분석이다. 올해 원·엔 환율이 연평균 1000원일 경우 총수출은 작년보다 7.5% 감소할 것으로 연구원은 내다봤다.

당국은 외환시장 쏠림 현상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하지만 원·엔 환율은 원화와 엔화의 상대적인 가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외환당국의 대응도 쉽지 않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