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도우려 美자료 검색하다 KOREA SEAL보고 느낌이 왔죠"
“외국으로 나간 문화재를 되찾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내 나라의 것을 온전히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육군 20사단 석기찬 일병)

청룡대대에서 소총수로 복무 중인 석기찬 일병(29·사진)은 지난 12일 경복궁 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대한제국 국새 반환 특별전 개막전’에 초청돼 감사패를 받았다. 지난달 25일 한·미 정상회담 당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대한제국의 국새와 어보 등 인장 9과(顆·인장을 세는 단위)를 직접 반환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가 된 귀중한 자료를 4년 전 찾아낸 공로를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2010년 3월 당시 석 일병은 서울 성남고를 졸업한 뒤 미국 메릴랜드주립대 경영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석 일병의 아버지인 석한남 ING생명 지점장(55)은 유물과 역사 연구에 관심이 많아 해외에서 어보와 의궤, 조선왕조실록 등을 환수하는 데 노력해온 단체인 ‘문화재제자리찾기’(대표 혜문 스님)를 돕고 있었다. 문화재제자리찾기는 석 지점장에게 6·25전쟁 당시 미군 등에 의해 불법 유출된 문화재 현황이 담긴 ‘아델리아 홀 레코드’가 메릴랜드주 국립문서보존소(NARA)에 있으니 현지 유학 중인 아들을 통해 명성황후의 양탄자와 이순신 장군 검의 행방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학생의 신분으로 자료 검색이 가능했던 석 일병은 NARA에서 해당 문서를 찾다가 우연히 ‘KOREA SEAL(국쇄)’이라는 글자와 도장 모양의 사진 몇 장을 발견했다. 석 일병은 14일 “무언가 중요한 자료라고 느꼈다”며 “NARA 자료는 외부로 유출할 수 없지만 한국에서 온 유학생으로서 꼭 필요하니 복사라도 가능한지 물어본 뒤 해당 자료를 복사해 문화재제자리찾기에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 단체의 문화재 찾기 노력으로 조선왕실의 국새와 어보 등이 불법 유출된 사실이 증명됐다. 관련 사실이 문화재청과 미 국토안보수사국(HSI)에 알려지면서 결국 반환이란 성과를 낳았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