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중 아담의 창조(부분). 디렉터코리아 제공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전시된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중 아담의 창조(부분). 디렉터코리아 제공
미켈란젤로(1475~1564)는 르네상스를 빛낸 3대 예술가 중 한 사람이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작품은 국내에서 진품을 보기 어렵다. 대부분 무겁고 파손되기 쉬운 대리석 조각, 건물 천장과 벽을 장식한 프레스코화여서 운반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다음달 22일까지 열리는 ‘르네상스 거장 미켈란젤로’전은 그런 관객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전시다. 피렌체의 장인 그룹인 ‘이 무리 델 아르테’ 소속 복원 전문가들이 원본을 바탕으로 충실하게 복원한 레플리카(복제품)는 현지에 직접 가서 볼 수 없는 관객에게 간접적이나마 원본 분위기를 맛볼 수 있게 해준다.

미켈란젤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라파엘로와 함께 전성기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천재 예술가다. 다빈치가 명암의 미묘한 변화를 표현하는 ‘스푸마토’ 기법을 개발하고 대기의 변화로 자연스러운 원근감을 연출하는 대기원근법을 발전시킨 데 비해 미켈란젤로는 해부학 지식을 바탕으로 조각과 회화에서 입체 묘사의 신기원을 이룩했다. 특히 후기 작품에서는 내면의 격정적인 감정을 역동적으로 표현해 바로크 미술의 선구자로 평가된다.

이번에 들어온 작품은 조각과 프레스코화의 레플리카, 생애 관련 자료, 드로잉 등 모두 134점. 그중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은 ‘다비드상’ ‘피에타’ 등 조각 작품들이다. 미켈란젤로는 화가로도 유명하지만 정작 본인은 회화를 조각의 하위 장르로 간주했다. 원래 피렌체 베키오 궁전 입구에 세워졌고 지금은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전시된 ‘다비드상’은 이번 전시의 백미. 높이 5.17m의 거대한 청년 모습의 다비드는 원본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해준다.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예수를 무릎에 앉힌 채 비탄에 잠긴 성모를 묘사한 ‘피에타’도 볼 수 있다. 르네상스시대의 전기작가 바자리가 “다비드상을 본 사람은 어떤 조각도 볼 필요가 없다”고 평가한 대로 그의 조각은 예술의 극치를 보여준다.

회화 명작의 레플리카도 대거 선보이고 있다.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 내 시스틴 천장을 장식한 ‘천지창조’ 중 ‘아담의 탄생’은 절대자의 인간 창조 현장을 생생히 보여준다. 같은 성당 내 제단 쪽 벽을 장식한 ‘최후의 심판’은 교황이 무릎을 꿇었을 정도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성 베드로 성당을 설계한 건축가로서의 면모를 살필 수 있는 자료도 볼 수 있다. 전시장 한쪽에는 그의 작업실과 공방도 재현했다.

미술평론가 김종근 씨는 “이번 작품들은 복원 전문가의 장인정신이 깃든 또 하나의 작품”이라며 “예술가를 꿈꾸는 젊은이와 미술 애호가들에게 거장의 예술세계와 만나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다빈치 코리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즈 그룹, 한국경제TV, YTN이 전시를 공동 주최한다. (02)523-9095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