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 에이알텍 대표(앞줄 왼쪽 세 번째)가 서울 논현동 연구소에서 ‘40Gbps급 80㎞ CFP’를 오른손에 든 채 신제품을 연구중인 엔지니어들과 결의를 다지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이성민 에이알텍 대표(앞줄 왼쪽 세 번째)가 서울 논현동 연구소에서 ‘40Gbps급 80㎞ CFP’를 오른손에 든 채 신제품을 연구중인 엔지니어들과 결의를 다지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중소기업인 에이알텍(대표 이성민)이 국책연구기관의 원천기술을 응용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고성능 장거리 광통신부품으로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에이알텍은 최대 80㎞ 떨어진 이동통신 중계국끼리 데이터 송수신을 도와주는 광트랜시버 ‘40Gbps급 80㎞ CFP’를 지난해 11월 말 개발, 지난 1월 초 중국 2위 통신장비회사인 ZTE에 6개를 납품했다. 레이저다이오드와 반도체 칩 등으로 구성된 이 제품은 가로 16.6㎝, 세로 8.5㎝ 크기에 불과하지만 개당 가격은 7000달러가 넘는다. 이 분야의 글로벌 대기업들은 최대 중계 거리가 에이알텍의 절반 수준인 40㎞인 제품을 5000여달러에 팔고 있다. 화웨이와 함께 중국에 LTE 통신망을 단계적으로 구축 중인 ZTE 입장에선 중계국 숫자를 절반으로 줄여준 에이알텍 신제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ZTE에 100만달러어치를 수출하는 등 올 들어 230만달러어치를 납품했다”고 14일 말했다.

◆3년간 연구개발비 125억원

임직원 231명이 다니는 에이알텍은 지난해까지 광케이블과 장비를 연결해주는 광트랜시버 제품 가운데 최대 10Gbps까지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SFP를 생산해왔다. 주력제품인 1.25G는 2만~3만원, 2.5G는 20만~25만원으로 CFP보다 가격이 훨씬 싸다. 통신중계 장비 한 대에는 100G CFP 1개와 40G CFP 2개, 수십개의 SFP가 들어간다.

중저가 제품을 만들어왔던 에이알텍이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게 된 원동력은 2011년 에이알텍을 인수한 이 대표가 “미국 애플처럼 시장 판도를 바꿀 포르쉐급 신제품을 내놓자”며 연구개발을 독려한 데 있다. 호주 변호사 출신으로 한국에선 법무법인 광장과 대륙에서 근무했던 이 대표는 LTE 시장이 커지고 무선인터넷 사용도 늘어나면서 대용량 광통신모듈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판단, 100G CFP를 개발하기로 결정했다. 2011년 30억원, 2012년 40억원, 지난해엔 55억6000만원을 연구개발비로 썼다. 연구개발에 집중하면서 지난해 매출이 전년 370억원에서 330억원으로 떨어졌지만 이 대표는 개의치 않았다.

◆민군기술로 세계 1위 제품 개발

엔지니어 70명은 지난해 초부터 보유하고 있던 광학기술과 회로제어기술을 바탕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으로부터 광통신회로설계기술을 넘겨받아 개발해왔다.

이후 초고주파 회로설계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같은 해 6월 방위사업청 국방기술거래장터에서 유사 기술을 발견한 뒤 10월 말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초고주파 회로설계 및 측정기술을 이전받았다. 이 기술의 원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한 달여 만에 PCB 기판상에서 광트랜시버의 신호를 안정적으로 전송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때마침 ZTE로부터 40Gbps급 80㎞ CFP 개발을 제의받은 터라 기술 이전 3개월 만에 첫 납품을 마쳤다.

에이알텍은 지난해 11월 말 ‘100Gbps급 10㎞ CFP’를 개발한 데 이어 이달 말에는 ‘100Gbps급 80㎞ CFP’를 내놓을 예정이다. 양산체제에 들어가면 자동차 한 대값인 1만5000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영업이익률이 매우 높은 제품이다. 이 대표는 “올해 40G 및 100G 제품을 500억원어치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 브라질, 호주 시장 등도 뚫어 내년 이후 5년간 매년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民·軍 기술융합…80km 떨어진 중계국끼리 데이터 송수신…에이알텍, 光통신부품 세계를 잇는다
에이알텍의 올해 매출은 방산분야 250억원을 포함해 75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에이알텍은 국내 최초로 광트랜시버를 개발한 네옵텍을 모태로 하는 광통신사업 부문과 초정밀 부품 및 모듈을 생산하는 방산사업 부문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광통신분야 매출은 125억원이었다.

최승욱 선임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