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고 싶었습니다] 강남좌파 중엔 말과 행동 다른 사람 많아…우파의 단점은 '무임승차'
독학으로 시장경제주의자가 된 복거일 씨는 이른바 ‘강남 좌파’의 표리부동한 행태를 비판하는 동시에 우파의 단점도 지적했다.

▷선생님은 서울 강북에 세들어 사는데, 이른바 ‘강남 좌파’를 보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원래 좌파는 중산층 이상에서 나왔어요. 가난한 사람들이 좌파일 거 같죠? 안 그래요. 서민들은 먹고 살기 바빠 이념이 뭔지 몰라요. 세상을 거창하게 설명하며 바꾸겠다는 야심을 품지 않아요. 가장 보수적인 사람들이 소시민입니다. 월급 한푼이라도 더 받아 집 넓히고 저축하는 재미로 사는 사람들이거든요. 우리 ‘강남 좌파’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에요.”

▷먹고 살만 해서 유토피아를 꿈꾸는 건가요.

“그렇죠. 세상에 불의가 있다고 보는 거죠. 좌파의 문제는 세상을 개혁하겠다고 하는 의욕이 아니라, 그들이 바탕을 둔 지식과 택하는 방식이죠. 전체주의적으로 가거든요. 그게 불행하게도 사람의 직관과 맞아요. 평등이 얼마나 좋으냐 이거죠.”

▷자세히 설명 좀.

“평등은 들어가보면 문제가 많아요. 원래 자연이 불평등하고, 사람도 똑같지 않고 특수하죠. 그걸 똑같게 만들려면 하이에크가 말했듯이, 오히려 사람의 천성을 죽이는 경우가 나옵니다. 이걸 깨달아야 하는데, 상당한 지적 훈련이 필요하거든요. 그러니까 젊을 때 좌파운동을 하다 많이 전향하잖아요. ‘강남 좌파’라는 사람들 중엔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이 많죠.”

▷특목고 반대를 외치면서 자녀를 외국에 유학보내는 사람들 말인가요.

“철저한 반미주의자인데 자기는 미국 가서 학위 받고 들어오고, 그걸 밑천으로 살면서 자식들은 또 미국으로 보내요. 모스크바로 보내는 게 아니고(하하하). 자식들은 또 카투사로 보내고요. 그러고 나서 영어 공용화는 반대하고…. 표리가 달라 문제죠.”

▷우파의 단점은 없나요.

“우파의 단점은 무임승차자가 많다는 거죠. 단결하고 이념을 위해 희생하는 건 좌파가 많죠. 안병직 선생이 제 스승이신데, 잡지 ‘시대정신’을 창간했어요. 동창들이 다 도와주겠다고 했어요. 나중에 보니 정기구독자는 한 놈도 없더라 이거예요. ”

▷선생님 생각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거기서 촛불론이 나오는 겁니다. 제가 옳은 소리를 하면 어둠 속에서 촛불을 켜는 거나 같습니다. 촛불 하나 켜서 모든 방안을 밝힐 수는 없죠. ‘내가 옳은 얘기를 했으니까 온 방안이 밝아져라’고 마술사처럼 바란다면, 그건 지적 오만입니다. 저는 요것만 켜겠다, 그러면 사람이 보고서 아, 저기 뭐가 있구나 하고 와서 촛불을 켤 거 아니겠어요. 촛불 하나 켠다는 게 의미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