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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 칼럼] 코사크 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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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천자 칼럼] 코사크 용병
    1792년 프랑스 혁명군이 루이 16세의 튈르리궁으로 돌진하자 근위대는 줄행랑을 쳤다. 그러나 스위스 용병 786명은 끝까지 싸우다 장렬하게 전사했다. 1527년 수만명의 신성로마제국 군대가 교황청을 덮쳤을 때도 스위스 용병들은 성 베드로 성당 길목에서 최후의 1인까지 싸웠다. 이들의 후예는 지금도 바티칸 근위병으로 교황청을 지키고 있다.

    보수를 받고 전투에 참가하는 용병은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때부터 있었다. 그리스는 스키타이 출신의 궁병을 고용해서 큰 효과를 봤다. 상업국가 카르타고는 이베리아 반도의 원주민과 켈트족, 누미디아 기병대를 활용했다. 상비군을 고집했던 로마조차 기병과 창병, 궁수 등은 숙련된 용병들을 데려다 썼다.

    르네상스 시기엔 용병들이 일부러 분쟁을 야기해서 서로 싸우는 척하며 돈만 챙기기도 했다. 이탈리아 도시국가의 용병대가 이런 짓을 자주 저질렀다고 한다. 그래서 마키아벨리는 “용병을 쓰는 건 최악이고 동맹군은 악이며 오직 국민병만이 최선”이라고 일갈했다. 용병대장이 유능하면 왕의 지위가 위태롭고 무능하면 왕의 돈이 아깝다는 말도 남겼다.

    그런데도 전투력만큼은 용병이 최고였다. 독일의 란츠크네히트나 스위스 용병대의 위력은 압도적이었다. 스페인군에서 활약한 이탈리아 용병도 대단했다. 17세기 30년전쟁 때는 스코틀랜드 남성의 15%인 4만여명이 용병으로 참전해 나라를 먹여살렸다. 1950~70년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진 내전에도 용병들이 빠짐없이 동원됐다. 이는 지금의 민간 군대회사로 발전했다. 이라크에 파견된 미군 전투부대의 경비를 용병부대가 맡고 있다니 참 뭐라고 해야 할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도 용병이 등장했다. 정부군을 몰아내고 동부 지역을 점령한 복면 단체가 자신들을 ‘늑대군’이라고 밝혔다. 제정러시아가 창설한 코사크 기병대의 후예다. 이들은 늑대털 모자를 쓰고 싸웠다. 율 브리너 주연 영화 ‘대장 부리바’도 코사크 용사 얘기다. 러시아혁명 때 황제 편을 들었다가 강제해산된 뒤 2005년 푸틴에 의해 부활했다.

    미국 주간지 타임이 엊그제 “러시아가 정부군 대신 코사크 용병을 우크라이나에 투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미국 용병회사 요원 400여명이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참가하고 있다”는 독일 언론의 폭로가 이어졌다. 그야말로 정규군은 시늉만 하고 싸움은 프로들끼리 벌이는 형국이다. 하긴 예나 지금이나 전쟁은 ‘돈’으로 하는 것이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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