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실적 1위 넘어 '따뜻한 금융'으로 고객 껴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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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 신한금융그룹
'고객가치'는 금융업 본질
신한은행 직원평가에 고객수익률 항목 신설
부실채권, 금융사 최저 수준
해외서도 혁신전략 벤치마킹
과정 중시 '등로주의' 선언
'고객가치'는 금융업 본질
신한은행 직원평가에 고객수익률 항목 신설
부실채권, 금융사 최저 수준
해외서도 혁신전략 벤치마킹
과정 중시 '등로주의' 선언

이런 고민은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이 던진 화두에서 시작됐다. 그는 연초 임직원들에게 “목표 달성의 과정을 중시하는 ‘등로(登路)주의’에 입각해 고객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하는 것, 이것은 바로 신한에 주어진 생존의 문제”라며 “금융인의 본업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등산용어인 등로주의는 정상을 정복하는 ‘등정’보다 등반하는 과정을 중시하자는 의미다. 고객의 자산이 불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다 보면 신한금융의 수익성도 정상에 도달해 있을 것이란 믿음이 담긴 경영방침이다. 한 회장이 핵심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따뜻한 금융’을 실천하는 방법론을 제시한 것이기도 하다.
○‘따뜻한 금융’과 ‘등로주의’로 금융가 새바람
신한금융이 새 화두를 들고 나오자 금융가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이 나온다. 6년 연속 순이익 1위를 이어올 정도로 실적이 좋은데 굳이 힘든 시기에 모험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우려다.
신한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사에 비해 안정적인 실적으로 위기의 시대를 헤쳐왔다. 올 1분기 순이익도 전 분기보다 63%나 늘어난 5584억원으로 전체 금융그룹 중 1위다.
안주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신한금융은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 최근 금융회사들의 신뢰가 추락하는 등 향후 경영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인식에서다. 신한금융은 한발 비켜 나 있긴 했지만 일본 도쿄지점 부당대출, 개인정보 유출 등의 사고와 비리가 잇따르면서 금융산업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바닥에 깔고 있다.
이런 불신과 혼란의 상황은 사실 신한금융이 3년여 전부터 내건 ‘따뜻한 금융’이라는 슬로건을 더 돋보이게 하고 있다. 한 회장은 당시 은행 보험 카드사 등 계열사들이 실적을 올리려고 상품을 팔기보다 고객의 수익을 올려주기 위해 고민하다 보면 실적도 좋아질 것이라며 발상의 전환을 주문했다. 그가 ‘등로주의’를 들고 나온 것도 ‘따뜻한 금융’의 실천이 더 중요해졌음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계열사 중에선 신한은행이 먼저 나섰다. 신한은행은 올해 초부터 행원들의 실적을 평가하는 ‘핵심성과지표(KPI)’에 ‘고객 수익률’ 항목을 신설했다. 고객이 맡긴 자산의 수익률이 어느 정도인지를 평가해 3%의 배점을 부여한 것이다. 경쟁 은행에서 고객을 얼마나 뺏어 왔는지만 보지 않고 고객에게 얼마나 도움을 줬느냐를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이 개선안은 현재 자산관리(WM)그룹, 프라이빗뱅킹(PB)센터 등에 우선 적용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전 영업점 직원에게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리스크 관리와 혁신 전략…해외서도 유명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도입한다 해서 신한을 금융그룹 1위로 이끈 지금까지의 방식을 버린다는 의미는 아니다. 신한금융의 저력은 무엇보다 뛰어난 리스크관리 능력에서 나온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신한금융의 2013년 부실채권(고정이하 여신)비율은 1.26%로 한 해 전보다 0.08%포인트 하락, 4대 금융그룹 중 최저 수준이다. KB 우리 하나 등 나머지 금융그룹들은 지난해 고정이하 여신비율이 일제히 상승한 것과 잘 대비된다. 대출은 정상ㆍ요주의ㆍ고정ㆍ회수의문ㆍ추정손실 등으로 분류되는데, 3개월 이상 원리금이 연체된 고정·회수의문·추정손실 등의 부실이 ‘고정이하여신’에 해당된다.
부실이 적은 점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용카드 부문의 부실채권을 선제적으로 해소하는 등 건전성 강화를 우선한 결과로 분석한다. 무리한 자산불리기보다 내실을 중시하는 접근도 신한금융의 장점이다. 지난해 신한금융의 자산증가율은 2.0%로 다른 금융그룹에 비해 낮은 편이었다. 성장이 더디더라도 우량자산 위주의 튼튼한 구조를 만들자는 리스크 전략이 반영된 결과다.
은행에만 의존하는 대부분 금융지주회사들과 달리 카드 보험 등 비은행 부문의 역할분담이 잘 되는 점도 신한금융이 모범사례로 손꼽히는 이유다. 지주사 설립 이후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비은행부문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온 덕분이다. 특히 2007년 인수한 LG카드는 오늘날 신한카드를 명실상부한 업계 1위로 만들며 신한금융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그 결과로 신한금융의 이익은 은행과 비은행 부문(카드 금융투자 생명 캐피털)에서 고루 나오고 있다. 지난해 은행과 비은행 부문의 당기순이익 비중은 각각 62%와 38%로 집계됐다. 은행 비중이 90%를 넘나드는 다른 금융그룹과는 다른 모습이다.
신한금융그룹의 이 같은 성공적인 행보는 해외에서도 연구대상이다. 미국 예일대 MBA 과정 학생들이 지난 3월 방한해 ‘신한금융그룹의 이노베이션 전략’을 심도 깊게 공부하고 돌아간 이유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