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리나 허츠
노리나 허츠
당신은 이직을 위해 이력서를 작성 중이다. 다음 중 어떻게 쓰는 게 더 유리할까. (1)외국 고객과의 의사소통 담당, 대규모 부서 관리 담당 (2)저는 외국 고객과 의사소통을 담당했습니다. 또한 저는 대규모 부서 전반을 맡아 관리했습니다.

정답은 (1)이다. 3인칭으로 이력서를 쓴 지원자가 1인칭으로 쓴 지원자보다 더 믿을 만하고 협력 업무에 적합하며 전반적으로 더 경쟁력 있는 후보자로 간주됐다. 두 이력서가 담고 있는 내용은 똑같았지만 평가는 달랐다.

[책마을] 내 생각의 주인은 과연 나일까
《누가 내 생각을 움직이는가》는 우리의 선택과 결정이 얼마나 오류투성이며 합리적이지 못한지를 지적하는 데서 출발한다. 책에 따르면 사람들은 하루에도 1만가지에 이르는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린다. 주말에 어떤 영화를 볼지, 점심에는 무얼 먹을지와 같은 사소한 결정은 인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중대한 수술을 한다거나 부동산을 구매하는 결정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한 번의 선택으로 당신의 삶이 완전히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선택으로 심각한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생각하는 행위’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왜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됐느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머뭇거리면서 잘 대답하지 못한다. 저자는 “방금 당신이 내린 그 결정은 정말 당신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인가”라며 “누군가 당신이 ‘그렇게 생각하도록’ 유도한 것은 아닌지 의심해보라”고 조언한다. 사람들의 생각과 결정을 조종하는 ‘선택 설계자’들의 교묘한 함정을 파헤쳐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실험 결과 사람들은 똑같은 장미를 두고도 ‘썩어 가는 장미’라고 소개했을 때보다 ‘신선한 장미’라고 소개했을 때 더 달콤한 향기를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력서를 3인칭으로 쓸 때 1인칭보다 높은 점수를 받는 것도 비슷한 사례다. ‘선택 설계자’들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책은 전문가의 말을 무작정 믿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며 사례를 하나 들고 있다. 1984년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직업군이 다른 네 그룹에 10년 후 세계 경제가 어떤 모습일지 예측해 보라고 했다. 각 그룹은 전 재무부 장관, 다국적기업 회장, 옥스퍼드대 학생, 청소부 네 명씩으로 구성했다. 인플레이션, 경제 성장, 파운드·달러 환율 등의 질문을 줬다.

10년이 지난 뒤 이코노미스트는 답변에 점수를 매겼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은 청소부 그룹, 꼴찌는 전 재무부 장관들이었다. 물론 청소부들이 경제 관료들보다 더 많은 경제지식을 갖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만큼 전문가들도 미래를 정확히 내다보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저자는 ‘선택 설계자’를 피하는 방법으로 스스로에게 자율권 부여하기, 반대 의견 장려하기, 생각할 시간과 장소 확보하기, 주변 세상 이해하기 등을 제시한다. 무엇보다 우리의 감정, 느낌, 기분, 기억이 어떻게 선택에 영향을 주는지에 대한 명확한 감각을 익혀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를 통해 정확한 정보를 수집해 걸러내는 작업과 다양한 선택지를 분석해 각 의견을 저울질하는 일에 능숙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