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감독 "유럽서 배운 선진무용 시스템 펼쳐볼래요"
김성한 세컨드네이처 댄스컴퍼니 예술감독(46·사진)은 1994년 4월1일 처음 프랑스 땅을 밟았다. 대학 졸업 후 3년간 국내에서 무용수로 활동한 그는 더 넓은 세계에서 춤추고 싶었다. 프랑스 생활은 ‘맨땅에 헤딩’이었다. 무용수로 뛰기 위해 닥치는 대로 오디션을 봤다. 여자 무용수를 뽑는다고 해도 가고, 연기자 오디션에도 갔다.

피나 바우슈의 무용수였던 장 프랑수아 뒤루르의 무용단 오디션장에 갔더니 500여명이 몰렸다. 검은 머리 무용수는 그 혼자였다. 5분간 동작을 보여주고 그대로 춤추라는 과제가 떨어졌다. 무용수들이 필사적으로 움직였다. 동작 하나만 틀려도 바로 탈락했다. 50명이 남았다. 안무가는 ‘이제 춤 말고 다른 방법으로 서로를 공격·방어해보라’고 했다. 프랑스어가 서툰 그에겐 불리한 미션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하고 한국말로 퍼부었다. 그러곤 면접에서 ‘당신 무용단의 스타일이 나에게 큰 영감을 줄 것’이라고 안무가를 설득했다. 프랑스 직업무용단에 진출한 대한민국 남자 무용수는 이렇게 처음 탄생했다.

최근 서울 상일동 강동아트센터에서 만난 김 감독은 “기회를 잡으려면 적극적으로 부딪쳐야 한다”며 “후배 무용수들에게도 항상 강조하는 말”이라고 말했다. 프랑스의 아리엘 무용단, 부르노 자캉 무용단에서 활동한 그는 귀국 후 2005년 세컨드네이처 컴퍼니를 만들었다.

이 무용단은 지난 4월 강동아트센터의 두 번째 상주단체로 선정됐다. 강동아트센터는 상주단체에 공연장, 사무실, 연습실을 지원한다.

김 감독은 “마지막 기회라 생각하고 사업계획서를 냈는데 기적같이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17, 18일 강동아트센터 소극장 드림에서 알베르 카뮈의 소설《이방인》을 바탕으로 한 동명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그는 “주인공 ‘뫼르소’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는데, 그런 모습이 바로 우리의 자화상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랑스의 무용단에서 배운 시스템이 갖춰진 무용단을 만드는 게 꿈이다. “유럽의 선진 무용단들은 스태프들의 힘으로 굴러갑니다. 조명감독, 무대감독, 디자이너 그리고 단원들이 무대를 함께 만들 수 있는 그런 무용단을 꾸려가고 싶습니다.”

김인선 기자 ind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