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이 10개 대회 연속 우승컵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15일 밤(한국시간) 막을 올린 킹스밀챔피언십 등 아직 23개 대회가 남아 있지만 우승 소식이 그리 자주 전해지지 않을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시즌 초반 10개 대회에서 박인비(3승)와 신지애가 4승을 합작했으나 올해는 박인비가 시즌 초반 퍼팅 난조에 시달리면서 우승 횟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박인비가 부진에 허덕이는 사이 미국은 초반 10개 대회에서 5승을 거두는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女골프, 목타는 LPGA 시즌 첫승
○10개 대회 연속 무승…들러리로 전락

박세리의 미국 진출 초기인 1998년부터 2000년까지는 시즌 첫 승 소식이 늦었다. 1998년 14번째 대회에서 첫 승을 사냥했고 1999년 19번째 대회, 2000년에는 16번째 대회 만에야 첫 승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당시에는 뛰는 선수가 박세리, 김미현, 박지은 등 몇 명에 불과한 데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캐리 웹(호주) 등 ‘절대 강자’들이 많다보니 우승이 그리 쉽지 않았다.

선수들이 LPGA투어 정착기에 들어선 2001년에는 개막전부터 우승하기 시작했다. 2002년에 5번째 대회, 2003년 2번째 대회, 2004년에는 3번째 대회 만에 첫 승 낭보가 날아왔다. 이후 2005년 11번째 대회, 2008년 14번째, 2011년에 12번째 대회 만에 시즌 첫 승을 사냥한 것 빼고는 모두 시즌 초반에 일찌감치 우승컵을 수집했다.

한국 선수들의 시즌 합작 우승 횟수는 보통 7~11승이었으나 갑작스레 줄어든 해는 2001년 이후 딱 세 차례 있었다. 각각 4승에 그친 2004년과 2007년, 3승에 그친 2011년이다. 2007년은 박세리가 극심한 슬럼프에 허덕이던 시절이었고 2011년에는 신지애가 주춤했던 해였다. 올해는 지난해 6승을 올리며 맹활약한 박인비가 부진하면서 다시 합작 승수가 뚝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 초강세, 시즌 5승 합작

미국 선수들은 시즌 초반 10개 대회의 절반인 5승을 합작하면서 그동안 잃었던 ‘왕좌’를 되찾아갈 태세다. 미국 선수들은 지난해 시즌 초반 10개 대회에서 3승, 2012년 3승, 2011년 2승, 2010년 2승 등 약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최근 렉시 톰슨, 미셸 위, 폴라 크리머, 제시카 코르다 등 미모와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초강세를 보이면서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톰슨과 미셸 위가 맞붙었던 나비스코챔피언십 마지막 라운드의 시청률은 지난해보다 124% 늘어나기도 했다. 최근에는 스테이시 루이스가 세계랭킹 1위에 근접하고 있어 LPGA투어의 인기가 더욱 올라갈 조짐이다.

미국은 올해부터 국가대항전으로 창설된 인터내셔널크라운에서 예상외로 ‘절대강자’로 손꼽히는 한국을 제치고 톱시드를 배정받았다. 한국은 박인비(1위) 유소연(6위) 최나연(11위) 김인경(15위)의 랭킹을 더하니 33이었다. 미국은 루이스(3), 크리머(8), 톰슨(9), 크리스티 커(12)의 합계가 32였다. 1포인트 차로 미국에 톱시드를 뺏긴 것이다.

○되돌아오는 LPGA 스폰서들

미국 선수들의 초강세는 LPGA투어로 스폰서들의 발길을 되돌리고 있다. 예전에는 계약 기간이 만료되기 무섭게 후원을 중단했으나 속속 재계약을 맺어 기간을 연장하고 있다.

매뉴라이프파이낸셜LPGA클래식을 주최하는 매뉴라이프파이낸셜은 다음달 계약 기간이 만료되기에 앞서 지난주 미 LPGA투어와 계약 기간을 2년 연장했다. 대만의 컴퓨터 제조회사인 에이서는 최근 숍라이트LPGA클래식 후원사로 합류했다. 인터내셔널크라운에는 롤렉스, 하나금융그룹 등 대기업들이 후원사로 속속 참여하면서 LPGA투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