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균 사장(왼쪽부터),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서경배 회장.
신종균 사장(왼쪽부터),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서경배 회장.
‘샐러리맨 신화’의 상징인 삼성전자의 신종균 IM(IT&모바일)부문 사장이 올 1분기 96억64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매일 1억원 이상씩 번 셈이다.

15일 삼성전자가 공시한 1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신 사장은 1분기 석 달 동안 급여 4억3200만원, 상여금 1억4400만원, 기타 근로소득 90억8800만원 등 총 96억64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기타 근로소득은 대부분 내부 임원처우 규정(이사회 결의)에 따라 등기이사가 받는 특별상여금이다. 삼성전자 임직원 모두가 작년 실적을 기준으로 최대 연봉의 50%까지 받는 성과급(OPI·옛 PS)과 별도로 등기이사에게 지급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등기임원의 경우 1분기에 지난해 성과를 반영한 보수를 받는다”며 “지난해 IM부문 실적이 좋아 내부 기준에 따른 특별상여금을 지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6조78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이 중 67.9%인 24조9600억원을 IM부문에서 벌어들였다.

신 사장은 3월 말 공개된 연봉 총액에서 지난해 4~12월 62억1300만원을 수령, 같은 삼성전자의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67억7300만원)에게 뒤져 두 번째였으나 이번 특별성과급으로 단번에 대한민국 최고 몸값을 받는 월급쟁이에 등극했다. 지난해 받은 돈을 감안하면 1년(작년 4월~올 3월)간 그는 총 158억7700만원을 받은 셈이다.

권 부회장은 1분기 급여, 상여금, 특별상여금 등을 합쳐 14억2600만원을 받았으며,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대표이사 사장은 11억9600만원을 수령했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상훈 사장의 보수 총액은 7억7300만원이었다.

주요 그룹 오너 가운데에선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상여금 17억여원을 포함해 1분기에 20억3492만원을 받아 비교적 금액이 많았다. 회사 측은 “전무 이상 고위 임원을 대상으로 3년 주기로 설정한 목표 달성률에 따라 지급하는 인센티브가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현대차(12억원), 현대모비스(9억원), 현대제철(7억4000만원) 등에서 총 28억4000만원을 받았다. 구본무 LG 회장은 급여와 상여금을 포함해 총 17억59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재무성과 평가 등에 따라 결정됐다고 LG 측은 밝혔다.

허창수 GS 회장은 7억6600만원으로 1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롯데케미칼에서 1분기 근로소득으로만 5억원을 받았다.

연초 자리에서 물러난 주요 그룹 임원들은 퇴직금이 1분기 보수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은 퇴직금 32억원을 포함해 총 39억9600만원을 수령했다.

지난해 받은 보수 301억원을 최근 사회에 전액 환원하겠다고 밝힌 최태원 SK 회장은 올해 1분기 보수를 받지 않았다고 SK그룹 측은 설명했다. 올해 무보수를 선언한 김승연 한화 회장도 올 들어 급여와 성과급을 일절 받지 않았다.

한편 등기임원 연봉 공개 시기를 두고 재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작년 5월 개정된 자본시장법은 1년에 한 차례 내는 사업보고서에 이어 분기·반기 보고서를 제출할 때도 해당 기간까지 5억원 이상 연봉을 받는 개별 임원 보수를 공개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연봉 공개로 사회적 위화감이 조성된다는 우려가 큰 상황에서 3개월, 6개월마다 연봉을 공개할 필요가 있느냐는 게 재계의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당초 법 개정 취지는 성과 대비 ‘연간 기준’으로 지나치게 많은 보수를 받는 등기임원 실태를 공개하자는 것인데 현행 법 규정대로라면 기업들은 1년에 네 차례 임원 보수를 공개해야 한다”며 “1년 단위로 연봉을 공개하는 방향으로 관련 규정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현석/박해영/임도원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