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돔구장
야구팬이라면 이승엽이 2009년 도쿄돔 외야 천장을 맞춘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공은 43m 높이의 천장을 맞고 우익수 앞에 떨어져 인정 2루타로 기록됐다. ‘빅 에그(Big Egg)’로 불리는 도쿄돔은 5만석 규모로 1988년 개장했다. 연간 300일 이상 가동해 1500억원의 흑자를 낸다고 한다.

서울시의 골칫거리였던 고척돔이 내년부터 넥센 히어로즈의 홈구장으로 사용될 것이란 한경 보도가 어제 큰 화제를 모았다. 미국이 8개, 일본이 6개 돔구장이 있는데 한국은 프로야구 출범 32년이 되도록 변변한 돔구장 하나 없었다. 고척돔은 비록 2만석 규모지만 사시사철 야구가 가능해 기대가 크다.

돔(dome)은 반구형(半球形)의 둥근 지붕을 가리킨다. 라틴어 ‘domus dei(신의 집)’가 어원이다. 주교좌(座) 성당을 뜻하는 ‘두오모(duomo)’도 여기서 유래했다. 돔의 기원은 선사시대의 수목 텐트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에스키모의 이글루, 몽골의 파오에서 그 흔적을 볼 수 있다.

건축물에 돔이 등장한 것은 로마시대다. AD 120년께 지어진 판테온은 돔 높이가 22m, 내부 지름이 43.3m에 달한다. 철근을 쓰지 않은 돔 가운데 가장 크다.

건축에서 돔은 구조적 안정성과 미학적 아름다움을 모두 갖춰 일찍부터 주목받았다. 둥근 지붕이 수직하중을 분산시켜 직벽보다 견고하다. 이스탄불의 성소피아 성당,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에서 런던의 세인트폴 성당, 미 의회의사당까지 돔은 웅장함의 상징이다. 모스크, 타지마할 등 이슬람 건축의 돔은 화려함의 극치다. 물론 여의도 국회의사당의 생뚱맞은 돔은 예외지만.

세계 첫 돔구장은 1965년 개장한 휴스턴 애스트로돔이다. 당시 ‘세계 8대 불가사의’로 불렸지만 50년이 흘러 조만간 철거될 신세다. 자연채광이 안 돼 인조잔디를 깔았던 연유로 인조잔디를 ‘애스트로 터프(astro turf)’라고 부른다.

최근 건설된 돔구장은 모두 천장 개폐식이지만 천연잔디를 키우기는 여전히 어렵다고 한다. 돔구장은 건설비와 유지비가 많이 들어 입장료가 비싸지는 단점도 있다. 인조잔디여서 선수들의 부상 우려도 있다. 더구나 고척돔 주변은 상습 교통정체로 악명 높아 접근성이 떨어진다.

이외에도 서울시는 잠실 학생체육관 부지에 2020년까지 4만석 규모의 돔구장 건설을 추진 중이다. 코엑스 한전 부지와 연계해 문화·상업 복합공간을 만든다는 복안이다. 돔구장 시대가 성큼 다가왔는데, 내년 야구팬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