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화장품사업으로 재기에 나설 것이라고 한다. 새로 설립한 웅진투투럽이란 회사를 통해 미국 에스테틱 화장품 브랜드(더말로지카)의 한국 내 독점 판매권을 확보해 올 상반기 중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라는 게 한경 보도다. 윤 회장은 과거 코리아나화장품, 리앤케이 화장품을 통해 그룹을 키우는 성장동력을 만들었다. 성과는 두고봐야겠지만, 좌절을 딛고 그룹을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그의 도전 자체만으로도 격려를 받기에 충분하다.

윤 회장의 웅진그룹이 새출발할 발판은 미약하나마 만들어졌다.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가 지난 2월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조기 졸업한 데 이어 올 1분기 연결 기준 3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그렇지만 상황이 결코 녹록지 않다. 한때 25개나 됐던 계열사는 웅진코웨이 등이 매각된 데 따라 지금은 학습지를 판매하는 웅진씽크빅 등 8곳으로 줄었다. 윤 회장 개인으로서도 사재출연 등으로 보유 주식이 단 한 주도 없다. 처음 출발했던 때처럼 사실상 맨주먹으로 뚫고 나갈 수밖에 없다. 윤 회장 본인도 초심으로 돌아가 의지를 다지고 있을 것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성공도 실패도 영원할 수 없다. 기회와 함께 위기가 온다. 중요한 것은 도전정신이다. 기업은 쓰러질망정 실패를 딛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기업인이 있어야 훗날을 기약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 사회가 기업인의 재도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정부도 청년 창업을 장려하면서, 정작 기업을 일으켰다가 실패를 겪은 기업인의 재기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기업이 좀 컸다 싶으면 온갖 새로운 규제가 따라붙고, 어떻게든 흠집을 내려드는 분위기다. 맨주먹으로 출발해 성공한 기업인들의 좌절은 그래서 안타깝다. 윤 회장과 팬택의 박병엽 전 부회장, STX의 강덕수 전 회장 등이 모두 그렇다.

윤 회장의 새로운 도전은 그래서 더욱 의미있다. 그의 기업가정신은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 든든한 등불이 될 게 틀림없다. 다시 뛰려는 기업인에게 기회를 주고, 재도전을 격려하지 않으면 국가의 미래가 없다. 윤 회장의 도전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