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팽창하는 수면산업] "낮잠 시간은 직원 뇌 청소하는 시간"
경기 판교에 있는 건설·기계분야 소프트웨어(SW) 개발업체 마이다스아이티. 이 회사는 본사 직원 357명에게 매일 낮잠을 권한다. 전 직원에게 뒤로 완전히 젖히는 고급 요추의자와 목베개를 나눠주고, 점심시간인 낮 12시부터 오후 1시10분까지는 사무실 안의 모든 조명을 끄고 소음을 내는 것도 금지한다.

이에 따라 점심시간에 30~40분 안에 식사를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와 20~30분씩 낮잠을 자는 문화가 정착됐다.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옥상에 설치된 안마의자나 수면실(사진)에서 잠을 더 청할 수도 있다. ‘공식 낮잠’을 처음 도입한 2007년 215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570억원으로 늘었다. 이 회사의 이형우 대표는 “낮잠 자는 시간은 직원들의 뇌를 청소하는 시간”이라며 “오후에 집중력 높은 상태로 업무에 몰입하게 돼 회사 전체 생산성은 오히려 올라갔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에 본사를 둔 중견 여행업체 여행박사도 낮잠을 통해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 이곳 직원들은 낮잠을 자고 싶으면 연차를 쓴다. 연차를 시(時) 단위로 쪼개 쓸 수 있는 ‘시간 연차’ 제도를 통해 한두 시간 연차를 내고 온돌 수면실을 이용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회사 박종승 과장은 “말단 사원이어도 상사 눈치를 보지 않고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보장돼 있다”고 말했다. 여행박사의 지난해 매출은 198억원으로 전년(163억원)에 비해 21% 증가했다.
[급팽창하는 수면산업] "낮잠 시간은 직원 뇌 청소하는 시간"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는 업무시간에 언제든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수면실이 있다. 남성용과 여성용으로 나눠 안마의자를 세 대씩 비치했다. 구글코리아도 편안하게 누워서 쉬거나 눈을 붙일 수 있는 ‘산소방’을 운영 중이다.

미국을 비롯한 외국 유명 기업들은 일찌감치 직원의 숙면과 기업의 생산성 간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구글은 근무시간의 20%를 낮잠 시간으로 지정, 수면실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나이키도 사내에 ‘콰이어트 룸(quiet room)’을 만들어 직원들의 수면을 보장하고 있다. 타임워너와 뉴스위크는 뉴욕 맨해튼의 유료 수면방과 계약을 맺고 임직원들의 이용료를 대신 내준다.

임현우/김보영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