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욱정 PD는 2008년 KBS 1TV ‘인사이트 아시아-누들로드’를 연출해 ‘다큐멘터리의 퓰리처상’이라 불리는 피버디상을 받은 뒤 홀연히 세계적인 요리학교 르코르동 블뢰로 유학을 떠났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14년. ‘요리사’이자 ‘연출자’로 돌아온 이 PD는 ‘빵·향신료·고기’를 소재로 한 8부작 다큐멘터리 ‘KBS 글로벌 대기획 요리인류(이하 요리인류)’를 내놓았다. 지난 3월 말 첫 전파를 탄 제1회 ‘빵과 서커스’는 전국 시청률 7.3%(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여느 드라마 못지않게 화제가 됐다.

‘요리인류’가 호응을 얻은 것은 내레이션과 전문가 인터뷰 등 기존 다큐멘터리의 전달 방식을 깨고 UHD 4K(HD보다 4배가량 높은 초고화질)로 촬영한 살아 있는 영상과 음악을 결합한 새 문법을 사용한 덕분이라는 평이다.

그는 “논리적으로 잘 짜인 ‘듣는 다큐멘터리’는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텍스트로 전달할 수 있지만, 콘텐츠 소비 방식이 다변화된 요즘 추세에는 맞지 않는다”며 “‘요리인류’와 같은 ‘보는 다큐멘터리’는 그림만으로도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인간의 자유로운 사고와 삶이 담긴 요리는 그 자체로 즐거운 이야기이며 진지한 생각의 재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몇 번의 시행착오가 따르겠지만 ‘푸드멘터리(food+documentary)’에 맞는 새로운 문법을 제시하고 싶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요리’에는 ‘인류의 역사’가 담겨 있다”며 “‘요리인류’를 통해 ‘요리’와 ‘인문학’을 결합하는 시도를 해나가는 한편 ‘한국형 푸드멘터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광국 한경 텐아시아 기자 realjuki@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