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괴수영화의 원조 ‘고지라’는 1954년 토호영화사가 처음 제작한 이래 지금까지 총 28편의 시리즈로 나왔다. 쥐라기에서 백악기 사이에 생식하던 수중 파충류에서 육상생물로 진화 과정에 있던 생물이 인류의 수중 핵폭탄 실험에서 나온 방사능에 노출되면서 거대한 괴수로 변해 일본 도시를 습격하는 이야기였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서 원폭 투하를 경험했던 일본인들에게는 핵의 공포가 절실하게 다가와 큰 인기를 끌었다.

이 작품은 할리우드에서 ‘고질라’란 미국식 발음으로 두 번 리메이크 개봉됐다. ‘인디펜던스 데이’로 히트한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이 1998년 연출한 첫 버전은 혹평을 받았다. 대표적인 원작 파괴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최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상영 중인 가렛 에드워즈 감독의 ‘고질라’는 인류가 직면한 핵의 공포를 할리우드식 스토리와 뛰어난 시각효과로 풀어냈다.

1999년 도쿄 인근 한 섬 원자력발전소에서 일하던 미국인 조 브로디(브라이언 크랜스톤)는 원인 모를 지진으로 원전이 붕괴되는 바람에 그 안에 조사하러 들어갔던 아내 샌드라(쥘리에트 비노슈)를 잃는다. 그로부터 15년 후 어린 아들은 해군장교로 성장해 일본에 사는 아버지 조를 방문하게 되고, 일본 정부가 세리자와 박사(와타나베 켄)와 함께 거대 생명체를 연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곧이어 무토라는 괴수가 일본과 미국 도시를 습격하고, 그 현장에 고질라도 나타난다.

영화는 방사능 공포가 현재 진행형임을 보여준다. 핵폭탄이 터지지 않더라도 곳곳에 있는 핵발전소 등을 통해 방사능은 얼마든지 유출돼 인류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핵 방사능 위협처럼 과학기술 발전에 기대하기보다는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라고 가르친다. 첨단 무기들이 무토를 제거하지 못하자 천적인 고질라로 하여금 제압하도록 유도하는 장면이 그것이다.

괴수의 존재는 압도적인 비주얼로 표현돼 있다. 이른바 ‘내셔널지오그래픽 촬영기법’을 효과적으로 구사한 결과다. 무토나 고질라는 단독 샷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괴수는 인간이나 비행기, 창문 등 다른 사물 및 생명체 등과 함께 표현돼 더욱 크고 무시무시하게 다가온다. 로앵글의 카메라는 괴물보다 항상 낮은 위치에서 올려다보기 때문에 더욱 웅장한 느낌을 준다. 이 영화의 비주얼 효과를 만끽하려면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3차원(3D)으로 관람하는 게 좋다.

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