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동욱 엠씨넥스 사장이 서울 가산동 본사에서 카메라모듈의 기술 개발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민동욱 엠씨넥스 사장이 서울 가산동 본사에서 카메라모듈의 기술 개발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자동차용 카메라모듈 세계 5위 엠씨넥스, 위기때 과감한 투자…6년새 매출 10배 급성장
2008년 초. 민동욱 엠씨넥스 사장(당시 38세)은 새벽녘 서울 자유로를 미친 듯이 질주하고 있었다.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 1년 새 거래처 6개가 무너졌다. 받지 못한 돈만 12억원에 달했다. 자신은 1년이 넘도록 단 한푼도 집에 갖다주지 못했다.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했던 민 사장은 그러나 요즘 ‘잘나가는’ 기업인 중 한 명이 됐다.

엠씨넥스의 지난해 매출은 2972억원에 달했다. 어려움을 겪던 2007년의 305억원에 비해 6년 새 무려 10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카메라모듈 국산화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역 부근에 있는 엠씨넥스에 들어서면 클린룸 안에서 초소형 카메라모듈을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카메라모듈은 사람의 눈 가운데 안구 역할을 하는 것이다. 가로 세로가 각 5.8㎜, 두께 3.6㎜(스마트폰용 기준)에 불과할 정도로 작다.

하지만 그 안에는 이미지센서, 렌즈, 구동부, 적외선을 걸러주는 필터, 인쇄회로기판(PCB) 등이 들어 있는 정밀제품이다. 용도는 스마트폰, 태블릿PC, 차량용 전후방카메라, 차량용 무선충전기 등이다.

동국대 전기공학과를 나온 민 사장은 현대전자(나중에 팬택&큐리텔) 근무시절 ‘스타연구원’이었다. 그가 내놓은 고화질 카메라폰은 당시로선 획기적인 것이었다. 3년 연속 최고 화질의 제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7년간 연구원으로 일한 뒤 2004년 6명이 가산디지털단지에서 창업했다. 그때 나이가 34세. 민 사장은 “당시엔 카메라모듈을 대부분 일본에서 수입했는데 이를 국산화하기 위해 뜻 맞는 연구원들과 함께 회사를 설립했다”고 창업 이유를 밝혔다.

○직원 30%가 연구개발

민 사장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전후해 불어닥친 거래처 연쇄부도에 “정신이 바짝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수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시장 개척에 적극 나서기로 했으며 더욱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민 사장은 신제품 개발과 품질 향상, 글로벌 시장 개척 등 세 가지를 밀어붙였다.

카메라모듈의 무게와 크기를 더 줄이고 고화질 제품을 개발하는 데 매달렸다. 연구소 및 기술지원 부서에 전체 근로자 430명의 30%가 넘는 150명을 배치했다.

30여건의 특허를 얻은 것도 기술 개발을 중시한 덕분이다. 본사 곳곳에 ‘세계 최고 품질달성’ ‘단 한 개의 불량도 허용하지 않는다’ 등의 구호를 붙여 놓고 품질관리에 나섰다.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섰다. 2008년 3월 상하이에 제2공장을 세웠고 일본사무소 대만사무소에 이어 베트남공장 등을 잇따라 설립했다. 글로벌 경영체제를 갖춘 것이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 현대모비스 등 국내 기업뿐 아니라 교세라 NEC 카시오 샤프 ZTE OPPO 등 굴지의 외국 고객을 확보했다. 연간 수출액은 약 2억달러(로컬수출 포함)에 이른다.

○수직계열화가 강점

민 사장은 “우리의 강점은 카메라모듈을 직접 제조할 수 있는 수직계열화”라며 “자동차용 카메라모듈은 국내 1위, 세계 5위권으로 올라섰다”고 강조했다. 자동차 카메라는 전·후방을 보여주는 데에서 더 나아가 자동차 주위 360도를 보여주는 장치, 차선이탈경보시스템, 졸음운전감시장치, 야간투시기 등으로 진화하고 있다.

그는 “경영의 지혜는 신문을 통해 얻는다”며 “아무리 바빠도 하루에 신문 5종은 꼼꼼히 읽고 이를 바탕으로 경영전략을 짠다”고 말했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