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한장으로…징용 72년만에 찾은 아버지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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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훈 씨, 후쿠오카 탄광서 제사

우여곡절 끝에 부친이 징용돼 강제노역했던 일본 후쿠오카현의 탄광을 찾아낸 최낙훈 씨(74·사진)가 지난 17일 현장에 마련된 제단에 눈물 젖은 술잔을 올렸다. 최씨의 아버지는 1942년 일본으로 끌려가 영영 가족 곁에 돌아오지 못했다.
최씨가 부친이 이곳에 있었던 것을 알게 된 건 아버지가 징용된 지 72년 만에, 그가 아버지를 찾아다닌 지 20여년 만이다. 최씨는 아버지를 찾으려고 1990년대 초 당국에 신고했으나 성과가 없자 강제동원 피해자 가족, 한·일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양국을 오가며 아버지 소식을 수소문했다. 단서는 아버지가 일본에서 집으로 보낸 사진 한 장. 아버지를 포함해 9명이 함께 찍은 사진에 ‘협화(協和)훈련대’라고 쓰여 있었고 몇몇 인물의 이름과 출신지, 주소 등이 적혀 있었다.
최씨는 매년 2~3차례 일본을 오갔고 일본 시민단체인 ‘일본제철 전 징용공 재판을 지원하는 모임’이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이 모임은 최씨의 이야기를 토대로 일본 각지 사회보험사무소의 문을 두드린 끝에 최씨의 아버지 천호씨(1916년생)가 1942년부터 약 1년간 후쿠오카현 미야와카시 가이지마 탄광에서 일했다는 기록을 확인했다. 최씨는 지난 17일 가이지마 탄광 유적지에서 상복을 갖춰 입고 아버지의 제사를 지냈다.
그는 이제 1945년 9월 마지막 편지를 보낸 이후 아버지의 행적을 찾는 일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