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신협 반발에 머쓱해진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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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창민 금융부 기자 cmjang@hankyung.com
“신용협동조합이 잘했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건 너무 한 것 아닙니까.”
신협중앙회 한 간부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15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가 일부 신협을 ‘사금고’처럼 이용했다는 금융감독원의 특별검사 중간발표가 나온 후였다. 금감원은 유 전 회장 일가의 신협 사금고화 외에도 불법 외화 유출, 분식회계, 대출 자금 불법 유용 등의 혐의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논란이 된 대목은 금감원 중간발표의 핵심적인 부분이었던 신협 사금고화였다. 금감원은 “유 전 회장 일가가 특별한 이유 없이 오랜 기간 구원파 신도들이 세운 신협 한 곳으로부터 66억원을 송금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협중앙회는 “신협 자금이 유출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반박했다. 66억원은 단지 유 전 회장 일가 명의의 신협 계좌와 타행 간의 송금 거래 내역 총액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아직은 일방적 주장이지만, 신협이 내부 자금을 빼돌려 유 전 회장 측에 보냈다는 금감원 발표를 완전히 뒤집는 주장이었다.
세간의 시선은 다시 금감원에 쏠렸다. 그런데 반응이 의외다. 딱 부러지는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검이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66억원 중 유 전 회장 일가가 송금한 것과 받은 게 섞여 있을 수는 있다”고 얼버무렸다. 금감원이 지목한 66억원의 일부 또는 전부가 유 전 회장에게 전달된 신협 자금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아직 어느 쪽 말이 맞는지 판단하기는 이르다. 또 신협 사금고화에 대한 일부 검사 내용이 사실과 다르더라도 특검에서 드러난 신협의 모든 비리가 덮일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문제는 금감원이 조급하게 중간발표를 서두르다가 설익은 결과를 내놔 혼란을 자초했다는 데 있다. 스스로 특검의 신뢰에 상처를 입힌 셈이다.
감독당국은 신뢰와 권위를 기반으로 존재한다. 이제라도 ‘대어(大魚)’를 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정확한 사실을 규명하면서 특검을 마무리해야 한다. 그래야 모든 사람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결과의 크기는 그 다음 문제다.
장창민 금융부 기자 cmjang@hankyung.com
신협중앙회 한 간부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15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가 일부 신협을 ‘사금고’처럼 이용했다는 금융감독원의 특별검사 중간발표가 나온 후였다. 금감원은 유 전 회장 일가의 신협 사금고화 외에도 불법 외화 유출, 분식회계, 대출 자금 불법 유용 등의 혐의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논란이 된 대목은 금감원 중간발표의 핵심적인 부분이었던 신협 사금고화였다. 금감원은 “유 전 회장 일가가 특별한 이유 없이 오랜 기간 구원파 신도들이 세운 신협 한 곳으로부터 66억원을 송금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협중앙회는 “신협 자금이 유출된 사실이 전혀 없다”며 반박했다. 66억원은 단지 유 전 회장 일가 명의의 신협 계좌와 타행 간의 송금 거래 내역 총액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아직은 일방적 주장이지만, 신협이 내부 자금을 빼돌려 유 전 회장 측에 보냈다는 금감원 발표를 완전히 뒤집는 주장이었다.
세간의 시선은 다시 금감원에 쏠렸다. 그런데 반응이 의외다. 딱 부러지는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검이 진행 중인 상황이어서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66억원 중 유 전 회장 일가가 송금한 것과 받은 게 섞여 있을 수는 있다”고 얼버무렸다. 금감원이 지목한 66억원의 일부 또는 전부가 유 전 회장에게 전달된 신협 자금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다.
아직 어느 쪽 말이 맞는지 판단하기는 이르다. 또 신협 사금고화에 대한 일부 검사 내용이 사실과 다르더라도 특검에서 드러난 신협의 모든 비리가 덮일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문제는 금감원이 조급하게 중간발표를 서두르다가 설익은 결과를 내놔 혼란을 자초했다는 데 있다. 스스로 특검의 신뢰에 상처를 입힌 셈이다.
감독당국은 신뢰와 권위를 기반으로 존재한다. 이제라도 ‘대어(大魚)’를 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정확한 사실을 규명하면서 특검을 마무리해야 한다. 그래야 모든 사람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결과의 크기는 그 다음 문제다.
장창민 금융부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