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 등 기업 가치에 변화를 일으키는 ‘이벤트’에서 투자 기회를 찾는 ‘이벤트 추종형(event-driven)’ 헤지펀드들이 전성기를 맞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현금을 쌓아놓고만 있던 기업들이 최근 들어 M&A에 적극 나서면서다. 이벤트 추종형 헤지펀드는 ‘주식롱쇼트’ 등 다른 투자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를 제치고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기관투자가는 물론 고액자산가들의 돈을 빠르게 빨아들이고 있다.

데이터회사인 헤지펀드리서치(HFR)에 따르면 이벤트 추종형 헤지펀드에 지난해 유입된 투자금은 296억달러로 다른 투자전략의 헤지펀드와 비교해 가장 많았다. 올해 1분기에도 41억달러가 추가로 들어왔다.

전체 운용자산액(AUM)도 7220억달러로 2008년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었다. 가장 일반적인 투자전략인 주식롱쇼트 헤지펀드들의 7610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이벤트 추종형 헤지펀드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높은 수익률에 있다. HFR이 조사한 최근 1년간 투자전략별 수익률 지수(HFRI)를 보면 이벤트 추종형이 9.57%로 주식형(8.84%)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여러 헤지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오브펀드(4.29%)나 신흥시장 전문 헤지펀드(1.12%)도 모두 이벤트 추종형을 밑돌았다. 거시경제 향방에 베팅하는 매크로 헤지펀드들은 마이너스 수익률(-2.82%)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는 최근 들어 더욱 가속화하고 있다. 주식형 헤지펀드의 경우 페이스북, 애플, 테슬라 등 기술주 주가가 급락하면서 수익률이 크게 악화된 상태다. 매크로 헤지펀드들도 최근 주요국의 경기회복이 주춤하면서 투자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반면 컴캐스트와 타임워너케이블, 제너럴일렉트릭(GE)과 프랑스 알스톰,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등 대형 M&A 계획이 줄줄이 발표되면서 이벤트 추종형 펀드들은 큰 장을 맞았다. 런던의 투자회사 헵타곤캐피털의 아노드 갠든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기업들이 사상 최대 수준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고 이 현금을 M&A에 쓸 것으로 전망돼 작년 4분기부터 이벤트 추종형 펀드에 돈을 넣고 있다”고 전했다.

관심은 이벤트 추종형 펀드 전성시대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여부다. 경기 사이클이 꺾이면 M&A 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개월간 제약과 통신 분야에서 M&A가 더욱 활발히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의 펀드오브펀드인 스카이브릿지의 트로이 가예스키 파트너는 “역사적으로 M&A 붐은 18개월~3년 정도 지속되는데 이번 사이클은 지난 1월에 시작됐다”면서 “앞으로 최소 1년은 이벤트추종형 펀드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이벤트 추종형 헤지펀드

기업 인수합병(M&A), 기업 분할 등 기업금융 이벤트에서 투자 기회를 찾는 헤지펀드. M&A가 예상되는 피인수기업의 주식을 미리 사들인 뒤 실제 M&A가 이뤄진 후 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게 대표적인 방식이다. 취약한 기업의 지분을 사들여 지배구조 개선, 경영진 교체 등으로 주가를 올리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도 이벤트 추종형의 일종이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