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수도권에서 공급된 단지의 청약이 미달사태를 빚고 있다. 사진은 인천에서 분양 중인 한 단지의 한산한 모델하우스 내부 모습. 한경DB
이달 들어 수도권에서 공급된 단지의 청약이 미달사태를 빚고 있다. 사진은 인천에서 분양 중인 한 단지의 한산한 모델하우스 내부 모습. 한경DB
기존 주택 매매시장과 경매시장에 이어 수도권 분양시장의 열기도 주춤하고 있다. 전·월세 소득 과세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2·26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임대시장의 계절적 비수기, 세월호 참사 등 이른바 ‘3대 악재’가 복합적으로 맞물렸기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다음달 국회에서 임대주택 과세 방안이 원안대로 확정되면 시장 침체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다.

○‘3대 악재’에 갇힌 수도권 부동산 시장

이달 수도권에서 분양한 단지의 청약 성적표는 초라하다. 대구 부산 등 대부분 지방 청약 시장의 호조세가 지속되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상황이 심각한 것은 서울 목동, 경기 하남시 미사강변도시, 경기 화성시 동탄2신도시 등 인기 주거지역의 청약 경쟁률마저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건설이 서울 신정동에서 이달 초 공급한 ‘목동 힐스테이트’가 89가구 미달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호반건설이 인천 송도와 경기 시흥시 배곧신도시에서 선보인 ‘송도 호반베르디움’(1667가구)과 ‘시흥 배곧 호반베르디움 2차’(1187가구)의 1·2순위 청약자는 각각 119건과 224건에 불과했다.

3순위에서 1 대 1의 경쟁률을 넘기면서 체면치레를 한 단지도 부진한 초기 계약률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서울 강남권에 공급된 ‘역삼자이’와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의 경우 청약은 대부분 마감됐지만 계약률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입지여건이 좋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수요자들이 분양가에 부담을 느꼈다는 분석이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1·2순위 청약자가 비교적 많았던 단지도 초기 계약률이 낮게 나오고 있다”며 “무주택자들이 시장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분간 신규 분양시장에선 ‘수도권 부진, 지방 호조’ 현상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수도권에선 입지여건이 아주 좋거나 분양가가 저렴한 단지만 선별적으로 실수요자들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임대소득 과세 국회 통과가 관건

부동산 전문가들은 ‘2·26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에 따른 전·월세 과세 정책이 다음달 국회에서 어떻게 처리될지 주목하고 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회가 대책을 원안대로 통과시키면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클 것”이라며 “집을 더 이상 사지 않으려는 다주택자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수도권 주택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정책의 방향이 빨리 정해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또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에는 찬성하지만 원안을 일부 수정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고령자와 은퇴자에 대해선 세금과 함께 덩달아 늘어나는 건강보험료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곽창석 ERA코리아 부동산연구소장은 “전체 다주택자의 85%를 차지하는 2주택자의 전세 보증금에 대한 과세는 유예하거나 고가 주택에만 부과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등 완화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현일/이현진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