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청탁으로 의심받아 경찰이 수사에 나섰던 사건이 실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돕기 위한 중국 동포의 선행으로 밝혀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달 21일 오후 8시, 허름한 옷차림의 중년 남성이 서울 석관동 석관치안센터 출입구 문틈에 흰색 편지봉투를 밀어넣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5시간 뒤 서울 석관파출소 소속 신종환 경위가 발견한 봉투 안에는 빳빳한 10만원권 수표 5장이 담겨 있었다. 수표 추적을 통해 찾아낸 돈 봉투의 주인공은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중국 동포 최모씨(54)였다.

이달 중순께 경찰서로 찾아온 최씨의 설명에 경찰관들은 숙연해졌다. 의문의 50만원이 세월호 침몰 사고를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최씨가 희생자 가족들을 위해 낸 기부금이었기 때문이다.

성금을 마련하기 위해 현장 반장에게 60여만원을 미리 당겨 받은 최씨는 생활비 10만원을 뺀 50만원을 모두 기부금으로 냈다. 한 달에 150만원을 버는 그에게 50만원은 열흘치 일당에 해당하는 거금이었다. 최씨는 “치안센터에 돈을 남겨놓으면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에게 돈이 전달되는 줄 알았다”고 경찰관들에게 설명했다.

13년 전 한국에 들어온 최씨는 직장 때문에 아내와 떨어져 원룸에서 혼자 살고 있고 20대 후반인 아들은 결혼해 안산에 살고 있다. 경찰은 등록된 모금단체를 통해 기부할 것을 안내하며 최씨에게 돈을 돌려줬다.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관은 “공무원인 나도 50만원을 기부하라면 망설여질 텐데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처지의 최씨가 한 달 월급의 3분의 1을 내놓은 것을 보고 고맙고 또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홍선표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