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타이어가 체코에 생산공장을 세우고 유럽시장 직접 공략에 나선다. 폭스바겐 피아트 등 유럽 자동차 회사에 신차용(OE·original equipment) 타이어 공급을 대폭 늘리기 위해서다.

넥센타이어 고위 관계자는 18일 “유럽의 생산 거점으로 체코를 확정 지었다”며 “강병중 넥센타이어 회장이 다음달 체코를 방문해 정부 대표와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체코와 헝가리, 루마니아 등 인건비가 싼 동유럽 국가들을 놓고 검토한 결과 독일에서 가까운 지리적 이점과 세제 혜택이 있는 체코가 최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체코 공장으로 ‘글로벌 위상 강화’와 ‘규모의 경제 실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 ‘타이어 강’으로 불리는 강 회장이 또 한 번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달 체코 공장 건립 확정

체코 공장 부지는 현대자동차가 생산공장을 운영 중인 동부 노소비체 지역으로 결정했다. 넥센타이어는 우선 4000억원을 투자해 2017년 말까지 연산 600만개 규모의 타이어 생산 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1조원을 투입해 2000만개까지 생산 규모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체코 공장은 ‘자동차의 본고장’인 유럽에 직접 진출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국내 업체 중에는 한국타이어만 헝가리에 공장을 운영 중이다.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는 국내 생산 물량을 수출하고 있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현지에서 생산하면 물류비용 절감은 물론 현지 완성차 업체의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며 “OE 타이어 공급 확대를 위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인지도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OE 타이어 공급은 시장 점유율 확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차량 소유주들이 이미 장착된 타이어와 같은 브랜드의 제품을 찾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 주목한 강 회장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OE 타이어 공급 확대를 추진해 왔다. OE 공급 차종을 2012년 일본 미쓰비시 2개에서 지난해 크라이슬러 200과 폭스바겐 폴로 등 11종으로 늘렸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폭스바겐그룹 계열인 체코 스코다의 주력 세단 ‘라피드’와 ‘옥타비아’ 등에도 타이어를 납품했다. 이탈리아 피아트와도 계약을 맺는 등 유럽 지역 OE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민현 넥센타이어 연구개발본부장(부사장)은 “유럽 지역 완성차 업체들과 수십개의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어서 생산 능력 확대가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병중 회장 “물량 경쟁 밀리지 마라”

넥센타이어는 작년에만 700만개 가까이 생산량을 늘렸다. 국내 양산·창녕 2500만개, 중국 칭다오 1000만개 등 3500만개로 한국타이어(9200만개)와 금호타이어(6500만개)에 이은 국내 3위이자 세계 24위 업체로 성장했다. 2018년까지 창녕공장은 2100만개, 칭다오공장은 2000만개로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두 공장에 들어가는 투자 규모만 1조원을 넘는다. 여기에 체코 공장이 가세하면 연산 6600만개로 세계 10위권에 진입하게 된다. 넥센타이어 관계자는 “창녕 공장을 가동한 지 2년밖에 안 됐지만 체코 공장 건립을 서둘러야 향후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는 것이 경영진의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타이어는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개당 단가가 떨어지는 ‘규모의 경제’가 만들어진다는 점도 고려했다. 지금은 타이어 원재료인 고무 가격이 안정적이지만 언제든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않으면 원가 상승으로 힘든 시기를 보낼 수 있다. 체코에 이어 미국 생산 공장 건립을 검토 중인 것도 이 때문이다.

강 회장의 공격 경영으로 넥센타이어 매출은 크게 늘고 있다. 2000년 2000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1조7282억원으로 급증했다. 올해 2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연평균 성장률은 20%로 글로벌 타이어 회사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강현우/최진석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