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반성 16 - 김영승(1959~)
술에 취하여
나는 수첩에다가 뭐라고 써 놓았다.
술이 깨니까
나는 그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세 병쯤 소주를 마시니까
다시는 술 마시지 말자
고 써 있는 그 글씨가 보였다.

시집 《반성》(민음사) 中

프랑스 작가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는 술 마시는 부끄러움을 잊기 위해 술을 찾는 주정뱅이를 이상한 눈으로 봅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지요.

하지만 술이 무슨 죄가 있겠나요. 망각의 나라로 구름 태워 보내주는 이 충실한 안내인을 어찌 싫어할 수 있겠습니까. 그래도 과유불급이란 말처럼 술에 몸을 맡기는 것은 조심해야겠습니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