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년의 날인 19일 이대역 근처 장미꽃 노점상 앞이 한산하다.
성년의 날인 19일 이대역 근처 장미꽃 노점상 앞이 한산하다.
“보통 오전 등굣길에 학생들이 많이 사가요. 벌써 점심시간인데 오늘은 지난해 반도 못 팔았습니다. 성년의 날이 5월 마지막 대목인데…”

성년의 날인 지난 19일 오전 11시 서울 이화여대 정문 앞. 이화여대 근처 한 꽃집 관계자는 답답하다는 듯 연신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가판대엔 성년의 날을 맞아 형형색색의 장미꽃들이 진열돼 있었지만 꽃을 사가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5월 대학가 꽃 판매도 예년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대학가 꽃집의 카네이션과 장미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의 50% 수준으로 반토막 났다. 사람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꽃 장사 최고 대목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전국민적 애도 분위기 속에 부모와 교수들이 기념일에 꽃을 받기를 꺼려한 데다 대학생들도 기념일을 화려하게 챙기지 않는 분위기란 설명이다.

실제로 이날 오전 서울 지하철 2호선 이대역에서부터 이화여대로 이어지는 거리는 한산했다. 예년 이 맘 때 장미꽃을 파는 노점상들이 줄지어 서 있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꽃 노점상들은 올 5월 노점상 규모가 예년에 비해 3분의 1수준으로 감소했다고 귀띔했다.

이대역 앞에서 5년 째 꽃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어버이날, 스승의 날에 일당 10만 원을 주고 아르바이트를 고용했는데 인건비도 못 건졌다” 며 “상황이 이 정도니 주위 꽃집들도 성년의 날이라 해서 굳이 거리로 나오려고 하질 않는다”고 말했다.

꽃 판매상들 사이에서 ‘목 좋은 곳’으로 소문난 홍익대 앞도 사정은 마찬가지. 홍익대 인근 지역은 젊은층 유동인구가 많아 경기와 무관하게 꽃 장사가 잘 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올해 성년의 날엔 홍익대 앞에서도 꽃을 든 학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홍대입구역 9번 출구 앞에서 장미꽃을 팔고 있던 김모 씨는 장사가 너무 안 된다며 하소연했다. 10년간 5월마다 이곳에 꽃 가판대를 폈다는 김 씨는 “올해는 꽃값도 많이 떨어졌어도 사는 사는 사람이 없다. 오늘 새벽 도매시장에서 직접 꽃을 사왔는데 그곳도 장사가 안 되긴 마찬가지더라”고 토로했다.

꽃 수요가 급감하면서 가격도 떨어졌다. 이날 대학가 노점상에서 판매된 장미꽃 한 송이 가격은 포장에 따라 3000~7000원 정도. 대목이라 비싸게 값을 받는 예년에 비해 많이 저렴해진 편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국화꽃 수요는 급증했지만 대학가 꽃집과는 무관했다. 대학가 꽃집은 대부분 소매상들인데, 조문용 국화꽃은 개인이 아닌 기관이나 단체에서 도매상을 통해 주문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대역 근처 한 꽃집 주인은 “조문용 흰 국화는 취급을 안 하고 있다. 화환으로 주문이 들어올 때는 따로 준비하기도 하지만 화환의 경우 우리 같은 소매상 보다는 도매상을 이용하는 편”이라고 전했다.

한경닷컴 박희진 기자 hotimpac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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