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백화점은 최근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한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인턴십 프로그램 채용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 후엔 인근 커피숍에서 1 대 1 상담도 진행했다. 베이징/상하이=공태윤 기자
롯데백화점은 최근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한국인 유학생을 대상으로 ‘인턴십 프로그램 채용설명회’를 열었다. 설명회 후엔 인근 커피숍에서 1 대 1 상담도 진행했다. 베이징/상하이=공태윤 기자
#1. 지난 15일 중국 베이징 대학가에 있는 칭화둥팡빌딩 3층 대강의장. 평일인 목요일 오후였지만 20대 대학생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롯데백화점이 이날 베이징대, 칭화대, 인민대 등 주요 대학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채용설명회’를 연 것.

#2. 이틀 뒤인 17일엔 상하이에 있는 한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채용설명회가 이어졌다. 이른 아침 상하이 푸단대 정문 입구엔 ‘롯데백화점 중국점포 인턴십 한국인 유학생 채용설명회’ 현수막이 펄럭였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토요일 아침이었지만 우산을 든 푸단대, 상하이교통대, 재경대 등에서 온 학생들은 푸단대 신방과 차이관션 강의장으로 삼삼오오 모였다.
[JOB 대학생 취업 디딤돌] '소개팅'이 아닙니다…'리크루팅' 중 입니다…롯데백화점, 중국서 유학생 인턴 채용설명회
롯데백화점이 작년 11월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중국 현지 한국 유학생을 대상으로 채용설명회를 열었다. 세 시간 동안 이어진 설명회는 롯데그룹 소개, 롯데백화점의 해외사업, 인턴십 프로그램 및 질의응답으로 진행됐다. 설명회에 나선 롯데백화점 송민호 해외 인사 매니저는 “대륙에서 키운 큰 꿈을 롯데백화점이 이룰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이 이처럼 해외 유학생을 위해 채용설명회를 여는 것은 중국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어와 현지 문화에 능통한 인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현 인사팀장은 “중국 사업 확대로 중국인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중국통’이 필요하게 됐다”며 “우수한 유학생들을 ‘예비 주재원’으로 양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은 현재 해외 점포 6개 중 4개의 점포를 중국에 두고 있다. 나머지는 러시아와 인도네시아 1개씩이다. 이달 말에는 중국 5호점인 선양점을 개점한다.

◆“중국인 마음 아는 ‘중국통’ 찾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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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은 2018년까지 매출 23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외매출 비중은 5조원 이상이다. ‘왜 한국 유학생을 위한 채용설명회를 기획하게 됐나’라는 한 대학생의 질문에 송 매니저는 “이젠 중국에서 혼자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하다”며 “중국인을 알고 그들의 생활 트렌드를 읽을 줄 아는 사람이 한국 유학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학생들의 질문은 쏟아졌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중국에 온 강주언 씨(칭화대 법학3)는 “한국 대학생들과의 경쟁에서 우리가 불리할 것 같다”고 물었다. 이에 대해 송 매니저는 “유학생만을 대상으로 채용설명회를 여는 것은 중국에 대한 강점이 있는 인재를 찾기 위한 것”이라며 “서류작성과 면접 때 자신이 중국통임을 드러내라”고 답변했다.

중국점포 인턴 대상은 중국에서 대학을 나왔거나 내년 초 입사 가능한 졸업예정자다. 지난해 인턴 1기의 경쟁률이 어느 정도였는가에 대한 물음에 송 매니저는 “작년에는 350여명이 지원해 최종 14명이 인턴실습을 했다”며 “올 상반기 한국의 공채경쟁률 100 대 1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유학생 눈길 잡은 ‘찾아가는 채용설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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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까지 날아간 롯데백화점의 ‘찾아가는 채용설명회’에 대해 학생들은 한결같이 만족함을 나타냈다. 현지에서 만난 김선윤 씨(칭화대 중문3)는 “초등학교 1학년 때 부모님을 따라 중국에 와서 롯데백화점을 잘 몰랐는데 이번 설명회를 통해 알게 됐다”며 “한국의 대표 백화점인 롯데에 꼭 입사하고 싶은 꿈이 생겼다”고 말했다. 인민대를 다니는 조준기 씨(중문3)는 “유학생들은 인터넷을 통해 취업정보를 얻는 게 고작인데 이렇게 롯데가 먼저 찾아와줘 너무 고맙다”고 전했다. 조씨는 지난해에 이어 계속된 채용설명회로 유학생 사이에선 가장 가고 싶은 기업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학생들은 한국 기업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져 줄 것도 당부했다. 나시진 씨(인민대 중문3)는 “유학생들의 유일한 강점은 중국인을 잘 안다는 것”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중국시장에서 이익을 내려면 유학생들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산영 씨(푸단대 신방과4)도 “우린 과거 한국 유학생들과 다르다”며 “입학 과정도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현지 중국인과 경쟁할 만큼 실력도 쟁쟁하다”고 말했다.

◆“현지 경험에 한국인 열정 담아라”

지난해 한국 유학생 1기 인턴들도 5명이나 참석해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성원 씨(베이징대 역사4)는 “동기 인턴 중에서 토익 없는 무스펙자가 많았다”며 “스펙이 없다고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전민석 씨(인민대 마케팅4)는 “대학생활 동안 틈틈이 중국 각지 20여곳을 여행해 중국인들의 표정까지 알게 됐다”며 “한국 대학생들이 할 수 없는 경험을 쌓아 그것을 스토리텔링한다면 오히려 한국 대학생들보다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롯데백화점의 중국인재 채용을 전담하는 중국인 장홍 인사부장은 “한국 대학생들은 톈진백화점을 직접 찾아와 조사한 것을 파워포인트로 만들 정도로 열정을 보인다”며 “이런 한국 대학생들의 열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상하이=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