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위 통신회사 AT&T가 미국 최대 위성방송업체 디렉TV를 490억달러(약 50조원)에 인수하기로 18일(현지시간) 합의했다. 양사 이사회는 이날 기업 인수합병(M&A) 계획을 승인했다. 주당 인수가는 95달러로 66.50달러는 AT&T 주식으로, 나머지 28.50달러는 현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지난 2월 케이블TV업체 컴캐스트가 경쟁사 타임워너케이블을 452억달러에 인수키로 한 지 3개월 만에 이뤄졌다. 이로써 또 하나의 방송·통신 공룡이 탄생하게 됐다.

인터넷TV인 U-버스 서비스를 통해 570만 가입가구를 확보하고 있는 AT&T가 2030만가구를 보유한 디렉TV를 인수하면 2600만 유료방송 가입가구를 확보하게 된다. 컴캐스트와 타임워너케이블 합병 법인이 보유하게 될 3000만 가입가구에 이어 2위 사업자로 부상하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통신회사와 유료 방송 회사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몸집을 불려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했다. 동영상 콘텐츠가 인터넷 스트리밍 중심으로 빠르게 변해 가는 상황에서 시장 주도권을 선점하려면 덩치를 키워 투자 여력을 확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고객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여러 플랫폼을 통해 전달할 수 있어 고객 확보도 쉬워진다. 예를 들어 AT&T 고객이 디렉TV가 제공하는 유료방송 서비스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이용해 시청할 수도 있다.

가입 가구 수를 늘려 콘텐츠 업체와의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읽힌다. 이동통신과 초고속인터넷까지 합치면 AT&T 합병법인은 7000만 가입가구를 확보하게 된다. 랜덜 스티븐슨 AT&T 최고경영자(CEO)는 “전국 단위의 이동통신 및 비디오 플랫폼을 갖춘 사업자는 흔치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합병 시너지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미국 통신업계는 소프트뱅크의 스프린트 인수와 T모바일의 재부상 등으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디렉TV와의 합병은 통신업계 내 경쟁력 확보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다. AT&T는 2011년 T모바일 인수를 추진했지만 규제당국의 반대에 부딪혀 딜이 무산된 바 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