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OLED 승부수'…"먼저 투자해야 차세대 TV 잡는다"
19일 찾은 LG디스플레이 경기 파주공장. 105만㎡ 규모의 공장 한가운데 자리잡은 M2동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용 패널 생산라인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건물 앞에는 생산장비를 싣고 온 특수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강인병 LG디스플레이 연구소장(전무)은 “라인 구축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다”며 “M2라인이 본격 가동되면 OLED TV용 패널 공급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7000억원을 들여 OLED TV용 패널을 만드는 M2라인을 짓고 있다. 월 2만6000장의 패널(2200×2500㎜)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로, 오는 7~8월 시험 가동할 예정이다. 월 8000장 규모의 M1라인을 지난해 초부터 가동하고 있어 이 회사의 OLED TV용 패널 생산은 월 3만4000장으로 늘어난다.

OLED는 스스로 빛을 내기 때문에 LCD(액정표시장치)에 비해 훨씬 얇고 가벼운 데다 쉽게 휘어지고 색상 재현력도 뛰어나다. 이런 장점 때문에 OLED는 LCD TV를 잇는 차세대 TV로 꼽힌다.

회사 관계자는 “생산장비 입고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등 양산 준비가 차질없이 이뤄지고 있어 1~2개월 내 가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직원이 경기 파주공장의 OLED TV용 패널을 생산하는 M1 라인에서 장비를 다루고 있다. 증설되는 M2라인은 오는 7, 8월께 시험가동할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 직원이 경기 파주공장의 OLED TV용 패널을 생산하는 M1 라인에서 장비를 다루고 있다. 증설되는 M2라인은 오는 7, 8월께 시험가동할 예정이다. 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는 M2라인이 가동되면 현재 55인치형만 생산하는 OLED TV용 패널을 65인치형과 77인치형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M2라인 양산 시점이 다가오면서 차세대 TV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LG의 꿈도 무르익고 있다. 세계 TV 시장 1위인 삼성전자를 뛰어넘기 위해 LG가 그룹의 명운을 걸고 꺼내든 카드가 OLED TV이기 때문이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사진)은 “OLED에선 반드시 시장 주도권을 잡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LG는 지난 10년 동안 보르도 TV, LED TV, 커브드 TV 등을 앞세워 세계 TV 시장을 주도해온 삼성전자를 지켜봐야만 했다. 그래서 차세대 기술로 꼽히는 ‘OLED’ 기술 확보를 위해 수조원을 선제적으로 투자했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OLED TV용 패널을 양산하고 있다. 구본무 LG 회장이 주문해온 ‘시장 선도 기술’인 셈이다.

강 소장은 “OLED는 기존 LCD보다 기술적 난이도가 훨씬 높아 시장 선점 효과가 뛰어난 기술”이라며 “55인치 이상 대화면 OLED 패널 양산 기술을 유일하게 확보한 LG디스플레이가 차세대 TV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TV 시장을 키우기 위해 ‘OLED 연합군’을 만드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OLED TV 제조사를 늘려 OLED TV 시장은 물론 패널 시장을 키우기 위해서다. 중국 5위권 TV 업체인 스카이워스, 콩카, 창훙 등이 LG디스플레이 OLED 패널을 채택한 OLED TV를 최근 출시했다. 중국 1위 TV업체인 하이얼도 OLED TV 출시를 준비 중이다. 업계에서는 세계 최대 TV 시장인 중국에서 OLED TV 시장이 빠르게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LCD에 비해 OLED의 가격이 비싼 것은 시장 확대의 걸림돌이다. 현재 시중에서 팔리는 OLED TV는 LCD 패널을 쓰는 초고화질(UHD) TV에 비해 대당 200만원가량 비싸다. 한 사장은 “부품 성능 개선 및 원가절감 등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수요처의 다양한 요구에 탄력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인력은 전체 4500여명의 연구개발 인력 가운데 20%가 넘는 1000명 안팎이다. 2012년 삼성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수주한 국책과제인 ‘투명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개발 중이다.

강 소장은 “민·관이 총 2000억원을 투자해 2017년까지 60인치 디스플레이를 지름 20㎝ 크기로 둘둘 말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다”며 “다양한 디바이스에 활용할 수 있는 미래 기술”이라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