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의 퇴역장성 칼리파 하프타르(사진)가 이끄는 무장단체 ‘국민군’이 수도 트리폴리 의사당을 공격하고 의회의 권한 행사 중단을 선언하는 쿠데타가 발생했다. 2011년 ‘아랍의 봄’으로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이 붕괴된 이래 리비아가 또 한 차례 정치적 격변에 휘말리게 됐다는 분석이다.

18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국민군은 이날 장갑차와 로켓포 등을 동원해 리비아의 최고 정치 기구인 제헌의회(GNC) 의사당을 공격했다. 이들은 의회 밖에서 교전을 벌인 뒤 의회로 통하는 주요 도로를 봉쇄한 데 이어 내부로 난입해 의회 건물에 불을 질렸다. 이 과정에서 2명이 숨지고 55명이 다쳤으며 이슬람계 의원·정부 관리 20여명이 납치됐다.

국민군 측은 공격 후 “이슬람 과격분자를 돕는 의회가 바로 리비아 위기의 원인”이라며 “이슬람 민병대를 제거하기 위해 의회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또 “제헌의회의 중단을 선포한다”며 “60명으로 이뤄진 새 조직이 의회를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비아는 현재 이슬람주의 정파와 민족주의 분파로 구성된 의회 주도로 새로운 총리가 임명된 상황에서 내각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공격은 이슬람 세력 중심의 신(新)헌정 질서 수립과 내각 구성에 반대하는 쪽의 무력적 권력 개입 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1980년대 후반 차드 주재 리비아군 사령관이던 하프타르는 카다피 정권 아래에서 미국으로 망명해 카다피 축출 등을 목표로 내세운 채 국민군 조직 확대에 나섰다. 이어 2011년 3월에는 카다피 반군의 서열 3위 지상군 사령관으로 리비아에 복귀해 카다피 축출에 기여한 뒤 은퇴했다. 현역 은퇴와 함께 사라지는 줄 알았던 하프타르가 정국에 재등장한 것은 지난 2월이다. 그는 인터넷에 동영상을 올리고 ‘리비아를 테러세력으로부터 구출하겠다’는 선언과 함께 이슬람계가 장악한 의회의 해산을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일각에선 하프타르가 미국 망명 당시 중앙정보국(CIA) 본부 근처에 장기간 머물렀다는 점을 들어 그의 이번 쿠데타 시도가 미국의 지원을 받은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