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오필리어’.
오는 25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오필리어’.
“왜 미친 척하느냐”고 따지는 연인 오필리어에게 햄릿은 어머니 거트루드를 떠올리며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라고 외친다. 오필리어는 바로 맞받아친다.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남자. 엄마 잃은 아이처럼 유난을 떨면 어떻게 해. 제발, 정신 좀 차려!”

지난 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된 뮤지컬 ‘오필리어’에 등장하는 오필리어는 당차고 거침이 없다. 지금까지 봐 왔던 청순가련형의 순종적인 여성이 아니다. 극중 인물들의 표현을 빌리면 ‘철부지, 고집쟁이, 말괄량이’다.

극은 이런 오필리어를 주인공으로 ‘햄릿’ 이야기를 풀어낸다. 선왕의 유령을 만나는 것도, 광대들과 함께 햄릿의 숙부 클로디어스가 형을 죽이는 장면을 극중극으로 재현하는 것도 다재다능한 오필리어다. 그럴듯한 전개가 참신하고 흥미롭다.

작곡가 최우정의 음악이 새로움과 독특함을 더한다. 오페라의 문법을 바탕으로 국악과 서구 뮤지컬 음악을 섞고 클래식 음악의 유명 선율까지 차용해 극과 인물에 착 달라붙는 음악을 들려준다.

압권은 극 중반 15분여간 펼쳐지는 오필리어의 독무대다. 오필리어는 오페라의 아리아에 해당하는 독창 4곡을 연이어 부르며 햄릿의 배신에 울부짖고, 아버지 폴로니어스의 죽음에 광기를 드러낸다. 오페라 곡 ‘광란의 아리아’와 전래동요 가락을 섞어 ‘미쳐버린 오필리어’의 내면을 노래하는 장면에선 감탄이 절로 나왔다. 오필리어 역을 맡은 선영의 열연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이후 ‘피의 복수극’으로 치닫는 원작과 달리 사랑의 힘으로 용서와 화해가 이뤄지는 마무리에선 호불호가 갈릴 만하다. 오필리어가 쌍둥이로 설정된 오빠 레어티드의 모습으로 재등장해 햄릿과 칼싸움을 벌이는 장면부터 극적 사실감과 설득력이 떨어졌다.

대본을 쓰고 연출한 김명곤 아리인터웍스 대표가 얘기했던 “셰익스피어가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이거 내 작품 아닌데’라고 할 것” 같은 대목은 ‘현대적으로 재탄생한 오필리어’가 아니라 ‘비극의 비장미가 사라진 결말’일 듯싶다. 공연은 오는 25일까지, 3만~7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