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군 장교 5명을 산업스파이(해킹)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미국이 외국 정부 관계자를 해킹 혐의로 기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정부는 “내용이 조작됐다”며 맥스 보커스 주중 미국 대사를 외교부로 소환하는 등 강력 반발했다. 미·중 관계가 다시 얼어붙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미 법무부는 19일(현지시간) 성명에서 펜실베이니아주 서부지구 연방지방법원 대배심이 왕모씨 등 중국 인민해방군 61398부대 소속 장교 5명을 산업스파이와 기업비밀 절취 등 6개 혐의로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중국 국영기업은 상하이에 있는 61398부대를 고용해 원전업체 웨스팅하우스, 철강업체 US스틸, 특수금속업체 ATI, 알루미늄업체 알코아, 독일 태양광업체 솔라월드의 미 자회사 등 5개 기업과 미 철강노조(USW)의 컴퓨터를 해킹해 기업 제품이나 재무구조에 대한 기밀정보를 빼냈다.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은 “절취된 기업비밀 범위로 볼 때 이번 일은 중대하며 공세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중국 정부는 국영기업에 경제적 이익을 주기 위해 사이버 스파이 행위를 시도해 왔다”며 “모든 사이버 스파이에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도 법적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미국 측 기소에 대해 강력 반발했다. 정저광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는 19일 밤 보커스 대사를 불러 “미국이 중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민해방군 소속 군인을 스파이 행위로 기소한 것에 대해 엄중하게 항의했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장 부장조리는 “미국이 의도적으로 사실을 날조하고 있다”며 “이는 국제관계의 기본 준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양국의 협력관계를 훼손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중·미 간 사이버 관련 실무협력활동도 중단하기로 했다.

미 정부가 기소한 중국군 장교들이 미 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중국 정부가 이들을 인도할 리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미 정부가 장교들의 실명과 사진까지 공개하며 기소한 것은 중국의 해킹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의지 표명 외에 다양한 정치적 포석이 있다는 게 외교 소식통의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이번 기소가 미·중 간 무역전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당분간 양국 경제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장진모/베이징=김태완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