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때 빛나는 자산운용사] 증시침체에 선제 대응…자산운용사들의 명품 실적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84곳 운용자산 714조원
고령화로 연금시장 급팽창
직접투자 줄고 간접투자 늘어
금투업계 운용사 중심 재편조짐
고령화로 연금시장 급팽창
직접투자 줄고 간접투자 늘어
금투업계 운용사 중심 재편조짐
증시 침체로 금융투자업계가 위축됐지만 시장을 선도하는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상대적으로 여유있는 모습이다. 선제적인 대응으로 침체장 속에서도 위기를 정면 돌파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호주 등 해외에서처럼 직접 투자 대신 공모나 사모펀드를 통해 주식에 간접 투자하는 개인 투자자들이 크게 늘고 있어 금융투자업계가 운용사 중심으로 재편될 조짐이다.
위기 속 빛나는 자산운용사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84개 운용사가 작년에 기록한 영업이익은 1분기(4~6월) 1286억원, 2분기 1289억원, 3분기 1428억원 등으로 늘어났다. 당기순이익은 작년 10~12월에만 1291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302억원 급증했다.
반면 국내 62개 증권사들은 줄줄이 적자를 내거나 순익 폭이 크게 줄었다. 증권업계는 작년 10~12월에만 282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 233억원 적자에 비해 적자 규모가 급증했다. 하루 평균 주식 거래대금이 6조원 남짓으로, 손익 분기점인 9조~10조원 선에 턱없이 미치지 못해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적어졌기 때문에 위탁매매 수수료를 핵심 수익원으로 삼고 있는 증권업계가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다양한 투자처에 분산 투자해 적절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펀드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고 말했다. 대형 운용사 임원은 “그동안 증권사들이 금융투자업계를 선도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선진국처럼 운용업계가 시장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 현주소는…일임시장 ‘격전지’
국내 자산운용업계는 꾸준히 성장해 왔다. 지난 4월 기준으로 운용자산(AUM)은 714조원 규모다. 채권형이 41%를 차지하며, 주식형 21%, 혼합형 6% 등의 수준이다. 이들 전통 자산이 70%를, 파생형이나 재간접형, 대체투자(AI)형 등이 나머지를 구성한다.
아시아 자산운용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11.6%에서 2011년 7.8%까지 내리막길을 걷다가 다시 회복세다. 2012년 8.1%에 이어 작년엔 8.5%까지 올랐다.
국내 자산운용 시장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인덱스펀드의 성장이다. 공모형 인덱스펀드는 2007년 4%에 불과했지만 작년 31%로 급증했다. 중위험·중수익펀드 역시 대세를 이루고 있다. 연 10%를 넘는 고수익을 내는 게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상품은 롱쇼트(저평가 주식 현물을 사고 고평가 주식을 공매도해 절대 수익을 추구)형이다. 월급처럼 꾸준한 수익을 추구하는 인컴펀드도 연 5~7%의 중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이 많다.
운용사들 사이에선 일임시장이 주요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2011년 이후 매년 60조~70조원씩 유입되고 있다. 작년엔 펀드 자산이 338조원이었던 반면 일임자산은 365조원이 됐다. 운용사 일임자산의 76%는 보험회사 위탁 자산으로 분류됐다.
다만 공모펀드 시장에서 국내 운용사들이 헤쳐나가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모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2.9%에 그치고 있다. 이에 반해 호주는 109.2%로 선두이며, 미국 89.8%, 영국 46.9% 등의 순이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공모펀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사 주도…2020년 2000조 ‘팽창’
국내 운용업계는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BNPP자산운용 프랭클린템플턴투자신탁운용 등 대형 운용사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신영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등 중견 운용사들도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운용업계의 상위 5개사 집중도(CR5)는 40%다. 상위 10개사 집중도 역시 58%로 높다. 이는 영국의 시장 집중도(상위 5개사 30%, 상위 10개사 43%)보다 높은 수치다. 판매채널 확보 능력과 운용 능력을 확보한 대형사들이 시장을 주도해 왔다고 연구원 측은 설명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고령화로 연금 및 금융소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2020년엔 기관 운용자산이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래 금융시스템의 경쟁력은 축적된 연금자산의 효율적인 운용능력이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연구기관들은 우리나라의 자산운용 시장이 2020년까지 연 7~8%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엔 2000조원 규모의 큰 시장이 될 것이란 계산이다. 특히 사모펀드와 일임, 신탁 등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돋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운용업계가 2차 도약하기 위한 숙제도 있다. 우선 일임시장을 놓고 빚어지고 있는 수수료 경쟁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운용보수를 지나치게 낮추면 리서치 등 연구능력이 현저하게 약화될 수 있어서다.
이와 별도로 중위험 장기투자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성과보수를 현실화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 중소형 운용사 대표는 “국내 자산운용업계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시장을 선도하는 대형사들이 신상품 개발이나 시스템 혁신에 먼저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
위기 속 빛나는 자산운용사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84개 운용사가 작년에 기록한 영업이익은 1분기(4~6월) 1286억원, 2분기 1289억원, 3분기 1428억원 등으로 늘어났다. 당기순이익은 작년 10~12월에만 1291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302억원 급증했다.
반면 국내 62개 증권사들은 줄줄이 적자를 내거나 순익 폭이 크게 줄었다. 증권업계는 작년 10~12월에만 282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 233억원 적자에 비해 적자 규모가 급증했다. 하루 평균 주식 거래대금이 6조원 남짓으로, 손익 분기점인 9조~10조원 선에 턱없이 미치지 못해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적어졌기 때문에 위탁매매 수수료를 핵심 수익원으로 삼고 있는 증권업계가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다양한 투자처에 분산 투자해 적절한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펀드 쪽으로 많이 기울었다”고 말했다. 대형 운용사 임원은 “그동안 증권사들이 금융투자업계를 선도해온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는 선진국처럼 운용업계가 시장을 이끌어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업계 현주소는…일임시장 ‘격전지’
국내 자산운용업계는 꾸준히 성장해 왔다. 지난 4월 기준으로 운용자산(AUM)은 714조원 규모다. 채권형이 41%를 차지하며, 주식형 21%, 혼합형 6% 등의 수준이다. 이들 전통 자산이 70%를, 파생형이나 재간접형, 대체투자(AI)형 등이 나머지를 구성한다.
아시아 자산운용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11.6%에서 2011년 7.8%까지 내리막길을 걷다가 다시 회복세다. 2012년 8.1%에 이어 작년엔 8.5%까지 올랐다.
국내 자산운용 시장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인덱스펀드의 성장이다. 공모형 인덱스펀드는 2007년 4%에 불과했지만 작년 31%로 급증했다. 중위험·중수익펀드 역시 대세를 이루고 있다. 연 10%를 넘는 고수익을 내는 게 쉽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상품은 롱쇼트(저평가 주식 현물을 사고 고평가 주식을 공매도해 절대 수익을 추구)형이다. 월급처럼 꾸준한 수익을 추구하는 인컴펀드도 연 5~7%의 중수익을 추구하는 방식이 많다.
운용사들 사이에선 일임시장이 주요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2011년 이후 매년 60조~70조원씩 유입되고 있다. 작년엔 펀드 자산이 338조원이었던 반면 일임자산은 365조원이 됐다. 운용사 일임자산의 76%는 보험회사 위탁 자산으로 분류됐다.
다만 공모펀드 시장에서 국내 운용사들이 헤쳐나가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모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2.9%에 그치고 있다. 이에 반해 호주는 109.2%로 선두이며, 미국 89.8%, 영국 46.9% 등의 순이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공모펀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사 주도…2020년 2000조 ‘팽창’
국내 운용업계는 삼성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신한BNPP자산운용 프랭클린템플턴투자신탁운용 등 대형 운용사들이 시장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신영자산운용 트러스톤자산운용 에셋플러스자산운용 등 중견 운용사들도 틈새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운용업계의 상위 5개사 집중도(CR5)는 40%다. 상위 10개사 집중도 역시 58%로 높다. 이는 영국의 시장 집중도(상위 5개사 30%, 상위 10개사 43%)보다 높은 수치다. 판매채널 확보 능력과 운용 능력을 확보한 대형사들이 시장을 주도해 왔다고 연구원 측은 설명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은 “고령화로 연금 및 금융소득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2020년엔 기관 운용자산이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래 금융시스템의 경쟁력은 축적된 연금자산의 효율적인 운용능력이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내 연구기관들은 우리나라의 자산운용 시장이 2020년까지 연 7~8%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엔 2000조원 규모의 큰 시장이 될 것이란 계산이다. 특히 사모펀드와 일임, 신탁 등 기관투자가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돋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운용업계가 2차 도약하기 위한 숙제도 있다. 우선 일임시장을 놓고 빚어지고 있는 수수료 경쟁의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운용보수를 지나치게 낮추면 리서치 등 연구능력이 현저하게 약화될 수 있어서다.
이와 별도로 중위험 장기투자 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성과보수를 현실화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 중소형 운용사 대표는 “국내 자산운용업계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선 시장을 선도하는 대형사들이 신상품 개발이나 시스템 혁신에 먼저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