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세진 교수의 경제학 톡] (80) 중산층과 양극화
5월 첫날, 통계청과 통계연구원에서 한 연구보고서를 공개했다. 중산층은 늘어나고 있는데, 소득 양극화는 심해지고 있다는 내용이다. 보통 소득 양극화는 소득의 분포가 중간은 비중이 낮고 소득이 적거나 많은 사람의 비중이 높을 때를 가리키기 때문에 ‘중산층의 몰락’과 같은 의미로 해석한다. 따라서 중산층은 늘면서 소득 양극화는 심해지는 상황은 머릿속에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중산층의 정의와 소득 양극화를 측정하는 지수를 바탕으로 보면, 비록 빈곤층과 소득 상위계층의 비중은 줄어들었으나 그들 간의 평균소득 격차는 더 벌어졌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왜 그런지 중산층의 정의부터 보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르면 중산층, 혹은 중위소득계층은 소득이 중위소득의 반에서 1.5배 사이에 해당하는 계층을 말한다. 중위소득은 소득이 있는 사람들을 소득 크기대로 한 줄로 세웠을 때 정가운데 위치한 사람의 소득을 말한다. 2012년 한국 전체 가구의 중위소득이 4인 가구를 가정할 때 세금 등을 떼고 난 후 월 354만원 정도이니, 이 정의로는 월 177만원에서 531만원을 버는 가구가 중산층이다. 예컨대 2012년에는 전체가구 중 65%가 중산층에 해당했는데, 이는 2007년의 63.9%보다 늘어난 것이다.

다음으로 소득 양극화 지수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소득 양극화를 재는 지수들은 사람들의 소득이 서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에 주목한다. 이번 연구보고서에 등장한 ‘울프슨 지수’의 경우, 소득이 낮거나 높은 소득 계층의 평균소득이 중위소득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측정한다. 평균은 대상이 되는 수치를 모두 더한 후 수치들의 개수로 나누어 구하기 때문에, 매우 낮거나 높은 수치가 있으면 평균이 낮아지거나 높아진다. 따라서 소득의 분포가 양쪽 극단으로 흩어질수록 낮은 계층과 높은 계층의 평균소득이 벌어지기 때문에 소득 양극화를 가늠할 수 있는 것이다. 즉, 비록 빈곤층과 상위 소득계층의 비중이 줄어들었더라도 그들 간 평균소득 격차가 커지면 소득 양극화가 심해진 것으로 나온다. 특히 낮은 소득은 0이라는 하한이 있지만 높은 소득에는 상한이 없다.

애초에 사람들이 소득 양극화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사람들이 자신의 상태에 대해 느끼는 만족감이 상대적인 요소에 크게 좌우된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빈곤층을 간신히 면한 계층을 포괄하는 중산층 비중이 늘었다고 해서 중산층이 몰락하지 않은 것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더욱 멀어지는 최상위 소득계층을 보며 한숨짓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해석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이래저래 심란한 봄이다.

민세진 < 동국대 경제학 교수 sejinmin@dongguk.ed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