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매각이 예정된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올해 매각이 예정된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마켓인사이트 5월21일 오후5시37분

정부가 우리은행 지분 56.97%를 ‘30% 일괄 인수 그룹’ 및 ‘10% 미만 인수(총 26.97%) 그룹’ 등 두 갈래로 나눠 매각하기로 한 것은 가능한 한 최대한의 정부 지분을 팔기 위한 의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지배적 주주를 원하는 곳과 소수 지분 인수만 원하는 곳을 모두 끌어들여 매각을 성사시키자는 의지다.

아울러 지분 30%를 가진 단일 주주를 탄생시켜 시중은행에 실질적인 주인을 찾아주겠다는 ‘정책적 목표’도 담겨 있다. 이런 목표가 달성될지는 유효경쟁이 성립될지 여부에 달려 있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지분 30% 일괄매각 정면돌파

정부가 마련한 우리금융 매각방안은 두 갈래다. 첫 번째는 30%를 통째로 단일주주에게 매각하는 방법이다. 나머지 26.97%는 10% 미만만 인수하길 원하는 3~5곳의 과점주주에게 나눠 파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단일주주를 원하는 곳이나 소수지분만 원하는 곳 모두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지분 56.97%를 희망수량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한 묶음으로 입찰에 부치면 특정 기업에 지배적 주주 지위를 넘기기 위해 다른 소규모 지분 인수자들을 들러리로 세웠다는 특혜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며 “두 갈래 입찰에는 각각 복수의 참여자가 나서야 유효경쟁이 성립되기 때문에 논란의 소지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대목은 정부가 두 갈래 방안 중 하나로 우리은행 지분 30%를 통째로 매각하기 위한 입찰도 진행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지분 30% 인수를 원하는 곳이 두 곳 이상 나타나 유효경쟁이 성사되면, 우리은행의 지배적 주주로 인정해주겠다는 의미다. 우리은행 지분 10% 이상을 원하는 그룹을 대상으로 희망수량경쟁입찰을 진행할 경우 경영권이 확실치 않은 지분을 굳이 사려고 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도 작용했다.
[마켓인사이트] 정부, 우리은행 지분 '30% 통매각'·'10% 미만 분산매각' 병행
○시중銀 첫 단일 지배주주 탄생할까

단일 주주(컨소시엄 포함)가 우리은행 지분 30%를 인수하게 되면, 시중은행에 단일 지배 주주가 등장하는 첫 번째 사례가 된다. 현재 대부분 시중은행 지분은 금융지주사가 100% 소유하고 있다. 금융지주사의 지분 중 상당수는 외국인 주주들이 조금씩 나눠갖고 있다. 씨티그룹이나 웰스파고 등 외국 금융회사 역시 여러 과점주주가 소규모 지분을 나눠 들고 있을 뿐이다. 20~30%가량의 대규모 지분을 가진 단일 지배 주주는 거의 없다.

우리은행에 지배적 주주가 등장하면 은행 경영전략도 확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부실이 많은 우리은행의 기존 기업금융 부문을 축소하는 대신 소매금융 쪽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또 예금보험공사와 맺어온 양해각서(MOU)의 굴레에서 벗어나 공격적인 투자도 가능해진다.

○유효경쟁 성사 여부가 관건

문제는 우리은행 지분 30%를 파는 과정에서 두 곳 이상이 입찰에 참여, 유효경쟁이 성사되느냐 여부다.

인수후보로는 교보생명, 한국투자금융지주, 미래에셋금융지주, KB금융지주 등과 사모펀드(PEF)가 우선 거론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지분 30% 인수 의사를 밝힌 곳은 교보생명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대기업의 경우 산업자본 규제로 인해 많은 은행 지분을 소유할 수 없어 인수 후보군이 넓지 않다. 법상 일반 기업(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은행 보유 지분은 4%(의결권 행사 안 할 경우 10%)까지로 제한된다. 다른 금융회사나 국내외 PEF가 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유찰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우리은행 주인찾아주기 노력도 수포로 돌아간다. 정부는 유찰될 경우 내년 상반기에 우리은행 지분 30%를 희망수량경쟁입찰 방식으로 전환, 다시 분산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창민/박신영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