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 세계적인 도시들의 경쟁력을 집중 분석한 책이 출간됐다.

‘작은 도시 큰 기업’(알에이치코리아 펴냄)은 스타벅스, 나이키, 구글 등 세계적인 기업을 키워낸 작은 도시들을 집중 분석한 신간이다. 모종린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지난 1년여간 미국과 영국, 스위스, 프랑스, 스웨덴, 일본, 호주 등 7개 국가의 11개 도시를 탐방했다.

저자는 큰 기업을 품은 작은 도시들은 대도시와 확연히 다른 생활 패턴을 갖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작은 도시의 시민은 대도시에 목을 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타벅스를 키워낸 시애틀 시민이다. 스타벅스가 이 독특한 도시에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엔 커피와 여가 문화, 혁신 생태계, 독립 음악, 역사의 정체성 등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시애틀 사람들은 비의 도시로 불리는 이 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에디바우어, 보잉 등 다양한 기업이 거쳐 간 시애틀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혁신 문화가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지미 핸드릭스와 록그룹 너바나가 시애틀 출신인 데서 볼 수 있듯 시내 곳곳에서 문화적 독립정신을 읽을 수 있다.”고 썼다.

나이키 운동화를 만들어낸 미국 포틀랜드와 청빈한 실용주의로 이케아를 탄생시킨 스웨덴 알름훌트, 세라믹·전자기기 제조업체인 교세라의 본거지 일본 교토 등도 작지만 강한 도시들이다.

저자가 이들 도시에서 발견한 성공 조건은 ‘E-LOG’다.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으로 매력적인 라이프스타일(Lifestyle)을 구축하고, 개방적(Openness)이며 세계화(Globalization)에 적극적이란 공통점이다.

저자는 한국에는 도시에 기반을 둔 큰 기업이 없다는 점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독특한 라이프스타일과 정체성을 확립해 세계적인 기업을 키워내야 한다는 저자의 바람이 책 곳곳에 드러나 있다.

“그들의 생태계가 부러웠다. 작은 도시지만 세계적인 기업을 유치한 데서 우러나는 당당한 자신감도 부러웠다. 나는 그 자신감을 우리나라에서도 찾고 싶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