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 유럽, 펀드자금 '대서양 횡단'
선진국 펀드투자자들의 시선이 북미펀드에서 유럽펀드로 옮겨가고 있다. 실적 대비 주가가 많이 오른 데다 양적완화 종료를 앞둔 미국 증시보다는 상대적으로 저평가 상태면서 추가적 경기부양책이 기대되는 유럽 증시에 주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에서 유럽으로

지난 5년간 공모형 유럽펀드의 자금 흐름(에프앤가이드 집계치)을 살펴보면 올 들어 유럽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두드러진다. △2010년 -1777억원 △2011년 -927억원 △2012년 -543억원 등으로 빠져나가던 자금이 지난해부터 1911억원 순유입으로 전환했다. 올해는 자금 유입 속도가 더 가팔라지면서 연초 이후 지난 21일까지 3142억원이 들어왔다. 북미펀드도 올 들어 747억원의 자금이 들어왔지만 최근 한 달 동안은 45억원가량 유출됐다.

손휘원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자금 흐름도 북미지역에서 환매가 두드러졌지만 기업실적 개선과 오는 6월 유럽중앙은행(ECB)의 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서유럽 지역으로 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익률은 배당주펀드가 돋보여

이 같은 자금 유입 덕분에 펀드 성과도 올 들어 유럽펀드가 북미펀드를 앞섰다. 27개 유럽펀드의 평균수익률(21일 기준)은 2.12%로 상승 흐름을 타고 있으나 28개 북미펀드는 평균 0.97% 수익률에 그쳤다. 조현주 신한BNPP운용 글로벌투자솔루션본부 매니저는 “최근 발표된 유럽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전 분기 대비 0.2%로 시장 기대치에는 못 미쳤지만 구매관리자지수(PMI)나 소비자신뢰지수 등의 경기지표 개선과 ECB의 추가 경기부양으로 하반기 견조한 상승률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배당주 위주로 담는 유럽배당주펀드 성과가 돋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BNPP봉쥬르유럽배당1(C5)’과 ‘우리유럽배당1C1’(4.34%)은 연초 이후 4%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유럽펀드 중 1, 2위를 차지했다. 옥혜은 우리자산운용 글로벌운용 팀장은 “경기가 회복되면서 시장 분위기가 바뀔 때 우선 배당주로 자금이 들어온 뒤 성장주로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며 “대표적 고배당주인 금융주는 ECB의 추가 통화정책이 나올 경우 상승 가능성이 큰 것으로 지적되는 만큼 주목할 만하다”고 전망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