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경제의 甲午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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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에서 경제 G1 발돋움한 중국
무역수지 역조까지 우려되는 상황
中 의존도 딛고 설 질적 개혁 시급
이인실 < 서강대 교수·경제학 insill723@sogang.ac.kr >
무역수지 역조까지 우려되는 상황
中 의존도 딛고 설 질적 개혁 시급
이인실 < 서강대 교수·경제학 insill723@sogang.ac.kr >
탐욕과 안전 불감증이 만들어낸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면서 120년 전의 갑오개혁이 떠올랐다.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 조선 사회를 개조시키는 출발점이 됐던 당시 상황과 어딘가 닮은 점이 있어서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를 분석해 중국이 올해 말 미국을 추월해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동안 여러 경제전문기관들이 중국 경제가 미국 경제를 제칠 것을 예견했지만, 그 시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어 왔다. 중국 경제가 글로벌 1위에 등극했다는 FT의 이번 발표를 받아들이는 미국 여론은 진지했다. 반면 중국 언론은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저임금으로 받쳐준 수출 지향 경제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빈부격차를 좁히기도 어려운 중국이 세계 최고 경제대국이라는 위상을 받아들이면 그에 따르는 책임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이미 경제 규모뿐 아니라 상품 기준으로 4조1600억달러라는 세계 최대 무역 규모를 기록했다. 3조8300억달러인 미국의 무역 규모를 훌쩍 넘어섰다. 그런 중국이 가장 많은 상품을 수입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그동안 중국은 한국으로부터 중간재나 소재부품을 수입해서 다시 최종재로 가공해 미국과 유럽에 수출해왔다. 그러다 보니 중국 경제가 기침을 하면 한국 경제는 폐렴에 걸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 경제와 중국 경제의 동행성이 커졌다.
다른 한편 미국이 시리아에 이어 크림반도 우크라이나에서 무기력함을 보이는 틈을 타 중국이 파라셀군도에서 경제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를 드러내는 것을 보면 커져 가는 중국의 경제권에 따라 확대되는 한국 경제의 동행성 향방이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다. 한국 제품과 산업의 기술적 우위의 기반이 허약하다는 점에서 중국의 최대 수입국이라는 한국의 위치는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간재를 만드는 중국의 기술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스마트폰이다. 2000년부터 외국 기업들이 주문한 제품이나 짝퉁폰을 생산하면서 노하우를 쌓아온 중국의 스마트폰 기술력은 이미 우리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출하량 기준 중국 스마트폰의 시장점유율은 28%로, 한국의 36%에는 못 미치지만 2011년에 7%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2년 만에 4배나 커진 셈이다. 한류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열광하며 서울 명동거리와 백화점 명품관을 휩쓸고 다니는 중국인 관광객을 보면서 즐거워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지난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기업공개(IPO) 신청서를 낸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기업 가치는 같은 해 탄생한 한국 네이버의 7배나 된다는 점을 보면 우리가 정보기술(IT) 강국이라고 말하는 것도 무색할 정도다.
경제력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일본 기업들의 대중국 투자는 오히려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3년간 일본 기업의 대중국 투자는 한국의 2.4배나 된다. 전체 대중국 투자액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축소되고 있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올 들어 1분기까지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345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에 그쳤는 데 비해 수입은 209억달러로 5.7% 늘었다.
중국 언론이 암묵적으로 강변했듯이 중국은 무역대국이기는 하지만 아직 무역강국은 아닌 게 사실이다. 중국이 무역의 양만큼 질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면 역사가 말해주듯이 한국의 입지는 매우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1894년 중국과 일본이 패권을 겨루는 상황에서 나라를 개조해보겠다는 결의로 시도한 갑오개혁이 왜 실패로 돌아갔는지 상기해야 하는 이유다. 그나마 여유가 있을 때 중국에 대한 무역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러한 제2의 갑오개혁이 실패한다면 세월호로 먼저 보낸 젊은 영혼들을 하늘나라에서 어찌 본단 말인가.
이인실 < 서강대 교수·경제학 insill723@sogang.ac.kr >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치를 분석해 중국이 올해 말 미국을 추월해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동안 여러 경제전문기관들이 중국 경제가 미국 경제를 제칠 것을 예견했지만, 그 시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어 왔다. 중국 경제가 글로벌 1위에 등극했다는 FT의 이번 발표를 받아들이는 미국 여론은 진지했다. 반면 중국 언론은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저임금으로 받쳐준 수출 지향 경제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빈부격차를 좁히기도 어려운 중국이 세계 최고 경제대국이라는 위상을 받아들이면 그에 따르는 책임도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이미 경제 규모뿐 아니라 상품 기준으로 4조1600억달러라는 세계 최대 무역 규모를 기록했다. 3조8300억달러인 미국의 무역 규모를 훌쩍 넘어섰다. 그런 중국이 가장 많은 상품을 수입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그동안 중국은 한국으로부터 중간재나 소재부품을 수입해서 다시 최종재로 가공해 미국과 유럽에 수출해왔다. 그러다 보니 중국 경제가 기침을 하면 한국 경제는 폐렴에 걸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 경제와 중국 경제의 동행성이 커졌다.
다른 한편 미국이 시리아에 이어 크림반도 우크라이나에서 무기력함을 보이는 틈을 타 중국이 파라셀군도에서 경제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를 드러내는 것을 보면 커져 가는 중국의 경제권에 따라 확대되는 한국 경제의 동행성 향방이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다. 한국 제품과 산업의 기술적 우위의 기반이 허약하다는 점에서 중국의 최대 수입국이라는 한국의 위치는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간재를 만드는 중국의 기술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스마트폰이다. 2000년부터 외국 기업들이 주문한 제품이나 짝퉁폰을 생산하면서 노하우를 쌓아온 중국의 스마트폰 기술력은 이미 우리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출하량 기준 중국 스마트폰의 시장점유율은 28%로, 한국의 36%에는 못 미치지만 2011년에 7%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2년 만에 4배나 커진 셈이다. 한류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 열광하며 서울 명동거리와 백화점 명품관을 휩쓸고 다니는 중국인 관광객을 보면서 즐거워하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얘기다. 지난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기업공개(IPO) 신청서를 낸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기업 가치는 같은 해 탄생한 한국 네이버의 7배나 된다는 점을 보면 우리가 정보기술(IT) 강국이라고 말하는 것도 무색할 정도다.
경제력 관점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일본 기업들의 대중국 투자는 오히려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3년간 일본 기업의 대중국 투자는 한국의 2.4배나 된다. 전체 대중국 투자액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축소되고 있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올 들어 1분기까지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345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에 그쳤는 데 비해 수입은 209억달러로 5.7% 늘었다.
중국 언론이 암묵적으로 강변했듯이 중국은 무역대국이기는 하지만 아직 무역강국은 아닌 게 사실이다. 중국이 무역의 양만큼 질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가면 역사가 말해주듯이 한국의 입지는 매우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 1894년 중국과 일본이 패권을 겨루는 상황에서 나라를 개조해보겠다는 결의로 시도한 갑오개혁이 왜 실패로 돌아갔는지 상기해야 하는 이유다. 그나마 여유가 있을 때 중국에 대한 무역을 뛰어넘을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러한 제2의 갑오개혁이 실패한다면 세월호로 먼저 보낸 젊은 영혼들을 하늘나라에서 어찌 본단 말인가.
이인실 < 서강대 교수·경제학 insill723@sogang.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