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심리학자처럼…때론 도박사처럼…성공 이끄는 신의 한 수
1970년대 후반 P&G의 같은 사무실 동료인 스티브 발머와 제프 이멜트는 25년 뒤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발머는 빌 게이츠로부터 자리를 물려받아 마이크로소프트(MS)의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고, 이멜트는 잭 웰치의 자리를 계승해 제너럴일렉트릭(GE)의 CEO가 됐다. 이멜트가 GE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과감한 조직 개편과 연구개발 전략으로 회사를 성장시킨 그의 의사결정과 관련이 있다. 발머의 경우 IBM의 지배를 받지 않아도 되는 MS-DOS 개발과 관련된 결정이었다.

[책마을] 심리학자처럼…때론 도박사처럼…성공 이끄는 신의 한 수
글로벌 기업들과 경영전략 및 조직관리를 활발히 연구해온 ‘현장형’ 경영학자 필 로젠츠바이크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교수는 《올바른 결정은 어떻게 하는가》에서 “훌륭한 결정을 하려면 다양한 경험은 물론 상황에 따라 기술을 바꿔가며 적절히 구사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처음에는 심리학자로, 다음에는 책략가로, 도박사로, 또다시 심리학자로 활약해야 한다는 것.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려면 다재다능은 필수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실험실에서 이뤄지는 의사결정 이론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경제·경영·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의사결정 사례와 함께 복잡한 상황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 책의 중심 아이디어는 ‘이성적 사고(left brain)’와 ‘이상적 자질(right stuff)’의 두 가지 조건이다. 이 책의 원제는 이 둘을 합친 ‘Left Brain, Right Stuff’이다. ‘이성적 사고’는 문제 해결에 대한 계획적이고 분석적인 접근법과, ‘이상적 자질’은 위험을 현명하게 관리하는 능력과 연관돼 있다. 이성적 사고의 분석력과 이상적 자질의 야망이 조화롭게 결합될 때 올바른 결정이 내려진다는 것이 이 책의 핵심 개념이다.

의사결정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뭔가 할 수 있다고 믿어 오류를 범하는 게 훨씬 낫다고 저자는 말한다. 앤디 그로브 전 인텔 회장은 “행동을 취함으로써 결과를 향상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경쟁이라는 특성을 감안했을 때 행동을 취하는 쪽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 훨씬 낫다”면서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 부문에서 인텔이 최고 기업이 된 이유는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는 전략이었다고 설명한다.

리더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주는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감이다. 하지만 판단력을 흐리는 ‘과신’은 가장 주의해야 할 대상이다. 영화 DVD 대여 사이트 넷플릭스는 영화를 실시간으로 감상할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와 기존 대여 사업을 분리할 계획을 세우고, 고객이 두 서비스를 모두 원할 경우 추가 요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소식을 접한 고객들은 크게 분노했고, 손해도 막심했다. 3주 동안 80만명의 회원을 잃었으며 주가는 25% 이상 폭락했다. 리드 헤이스팅스 CEO는 자신이 너무 과신했고 고객들의 관심사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현명한 의사결정자는 일단 시도하고 결과를 모니터링해서 조정한 다음 다시 시도하는 방법을 활용한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또한 훌륭한 결정을 내리려면 질문하는 능력을 개발해야 하며, 1차적으로 관찰하는 차원을 뛰어넘어 2차적으로 예리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얘기한다. 훌륭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첫 번째 열쇠는 결과에 대해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라는 설명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의사결정 주체인 사람과 리더십이다. 리더의 ‘진정성’을 저자는 특별히 강조한다. 스티브 잡스는 도전하고 자극하며 격려하는 한편 ‘미치도록 위대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에 관해 늘 이야기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성취하도록 사람들을 독려하는 것은 리더의 중요한 역할이다. 특히 경쟁이 치열하고 혁신이 요구되는 업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강경태 < 한국CEO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