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8년 만에 다시 군부 통치로
태국 군부가 22일 쿠데타를 선언하고 정국을 장악했다. 지난 20일 계엄령을 선포한 지 이틀 만이다.

프라윳 찬 오차 태국 육군참모총장(사진)은 이날 친정부 시위대인 ‘레드셔츠’와 반정부 시위대인 ‘옐로셔츠’ 지도자 간 정치 협상이 결렬된 직후인 오후 4시 국영TV 방송을 통해 쿠데타 성명을 발표했다.

◆명분은 정치 협상 결렬

그는 성명에서 “국가 질서를 수호하고 정치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군과 경찰이 전국의 통제권을 장악한다”고 밝혔다. 이어 군과 경찰 등이 참여하는 평화질서유지위원회가 정부를 대신해 태국을 통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부는 이날 정치 협상에 나온 양측 시위대의 지도자를 연행하고 회담장 주변을 봉쇄했다. 군부는 이미 계엄령을 통해 방콕 주요 시내에 군 병력을 투입한 상태여서 시위대의 별다른 저항은 받지 않았다.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의 지시를 받는 군부가 어떤 정치적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태국 정국은 또다시 혼돈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군부가 반정부 시위대에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져 친정부 진영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프 라윳 총장은 왕비 근위병 부대 출신으로 대표적인 왕당파 인사다. 2010년 참모차장이던 그는 같은 해 4~5월 당시 반정부 세력인 친탁신 친나왓 진영의 대규모 시위를 강경 진압한 공로를 인정받아 참모총장에 임명됐다. 이후 정권을 잡은 친탁신 진영에 중립적 태도를 취했으며 탁신의 동생 잉락 친나왓이 2011년 집권한 뒤에는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지난해 11월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또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군은 중립을 지킬 것”이라고 말해왔지만 이번 쿠데타로 실권자로 올라서게 됐다.

◆헌정 후 19번째 쿠데타

태국 군부는 쿠데타를 통해 정치에 지속적으로 개입해왔다. 1932년 입헌군주제 실시 이후 이번이 19번째다. 2006년 당시 해외순방 중이던 탁신 총리를 전격적인 쿠데타로 실각시킨 지 8년 만이다.

이로써 지난해 말 시작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인한 정치 위기는 결국 군부 쿠데타로 이어지면서 태국의 민주주의는 또다시 큰 위기를 맞게 됐다.

군 부는 지난 15일 옐로셔츠를 향한 무장 괴한들의 총격으로 3명이 숨지자 “폭력 사태가 계속된다면 군이 나설 수도 있다”고 경고한 뒤 20일 전격적으로 계엄령을 선포했다. 태국 과도정부는 군의 계엄 선포를 사실상의 쿠데타로 비판해왔다.

전우형 KOTRA 방콕무역관 부장은 “군부의 갑작스러운 쿠데타 선언으로 현지인들은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며 “발표 직후부터 태국의 인터넷 웹사이트들이 마비됐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군부의 쿠데타 선언 이후 이날 태국 바트화 가치가 거의 2주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바트화 가치는 이날 오전 전날 대비 0.4% 올랐지만 군부가 쿠데타를 선언하면서 다시 급락세로 돌아섰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