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분산해서 가도록 유도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관광객이 6월부터 늘어날 전망이다. 낯선 이국땅에 가는 사람들은 면역력 저하, 위생상태 불량, 현지 풍토병 등으로 건강을 잃을 수도 있다. 예방접종 등 준비를 해야 한다.
브라질 월드컵 원정응원 간다고?…뎅기열 조심하세요
브라질 월드컵은 뎅기열 조심

브라질 월드컵 원정응원 간다고?…뎅기열 조심하세요
브라질 월드컵을 직접 보기 위해 6월 초 브라질 상파울루로 2주 동안 휴가를 떠나는 최상화 씨(43)는 최근 국립의료원 해외여행클리닉을 찾았다. 여행사 직원이 ‘반드시 예방주사를 맞으라’고 권했기 때문이다.

브라질은 지난해 뎅기열 환자가 급증한 지역이다. 신형식 국립중앙의료원 해외여행클리닉 과장은 먼저 고혈압, 당뇨병, 천식, 최근 수술 여부 등에 대해 확인했다. 이어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홈페이지에서 여행지역별 전염병 유행 소식을 확인했다. 그는 “남미지역에 최근 뎅기열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예방약이 없으므로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모기는 저녁과 새벽 즈음에 활동이 왕성하므로 밝은색 긴소매 옷을 입고, 잘 때는 살충제를 뿌린 모기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신 과장은 또 열대지역에선 음식이 상할 가능성이 많으므로 냄새가 유난히 강하거나 이상한 음식은 먹지 말고 물은 꼭 사서 먹으라고 당부했다. 현지에서 약을 구입하지 말고 국내에서 설사약, 소화제, 항생제를 챙겨 가라는 말도 덧붙였다. 신 과장은 최씨에게 뎅기열, A형 간염, 인플루엔자, 파상풍·디프테리아 예방주사를 놓았다. 출발 전 복용하라고 말라리아와 장티푸스약을 처방해줬다.

동남아 ‘말라리아 주의보’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아프리카 및 동남아시아, 북한 접경지역으로 가는 관광객들에게 말라리아 감염에 주의할 것을 당부하는 주의보를 발령했다.

질병관리본부는 또 홍역이 유행하는 필리핀과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에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소아·청소년의 경우 MMR(홍역·유행성 이하선염·풍진 예방접종 2회)을 받았는지 확인한 후 출국할 것을 당부했다.

신호철 인하대병원 공항의료센터 교수가 여행지 질병 관련 주의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신호철 인하대병원 공항의료센터 교수가 여행지 질병 관련 주의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신호철 인하대병원 공항의료센터 교수는 “아프리카 동남아 남미 등 열대지방을 한 달간 여행했을 때 전체 여행자의 35%는 설사를 경험하고, 2%는 말라리아에, 1.5%는 감기에 걸린다는 보고가 있다”며 “특히 배낭여행자, 경험 없는 여행자, 아프리카 동남아 여행자, 6~8월 여름철 여행자, 20대 여행자, 흡연자가 이런 병에 잘 걸린다”고 설명했다.

하영은 삼성서울병원 해외여행클리닉 교수는 “미국 유럽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의 선진국과 푸껫 괌 등 유명한 휴양지를 제외한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은 여행 2~4주 전에 해외여행클리닉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여행 후 발열·설사는 즉시 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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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을 할 때 맞아야 하는 예방접종은 여행 국가와 여행자의 건강상태에 따라 다르다. 우선 홍역, 풍진, 볼거리 등 국가필수예방접종을 모두 맞은 사람은 선택적으로 A형 간염과 장티푸스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 좋다.

아프리카 동남아 중남미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은 추가로 말라리아 예방약을 복용해야 한다. 특히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과 중남미 지역을 여행하는 사람은 꼭 황열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이들 지역으로 여행하는 사람은 황열 예방접종 증명서가 없으면 입국을 거부당할 수도 있다. 황열 예방접종은 전국의 국립검역소와 국립의료원에서만 한다.

일선 병원 중 현재 해외여행클리닉이 개설돼 있는 곳은 국립중앙의료원을 비롯해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고대안산병원, 길병원 등이다. 또 인천, 경남 김해 등에 있는 전국 13개 국립검역소에서는 황열과 콜레라 등에 대해 예방접종을 해준다. 인천공항에 있는 인하대병원 공항의료센터에서도 예방접종과 여행객을 위한 24시간 응급진료가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여행 후에도 필요하면 해외여행클리닉을 찾으라고 권한다. 여행 후 3개월 이내에 발열, 설사, 구토, 황달이 생기거나 임파절이 붓고 피부발진, 성기 등에 궤양이 생기는 등의 증상이 있다면 즉시 해외여행클리닉을 찾는 것이 좋다.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www.cdc.go.kr)에서도 여행지역별 전염병 유행 소식 등 최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도움말=신호철 인하대병원 공항의료센터 교수, 신형식 국립의료원 해외여행클리닉 과장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