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엊그제 기자회견에서 “우리 사회의 물질만능주의 풍토와 자본주의 탐욕은 국가와 사회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패러다임은 물질과 탐욕이 아닌 공정과 법치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단지 이 대목만으로 후보자의 자본주의 가치관을 평가한다는 것은 편협하고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용어와 표현은 썩 적절한 것은 아니다.

자본주의는 이기심을 가장 높은 수준에서 조직하고 제도화한 이념이라고 흔히 소개된다. 이기적 활동들이 소위 ‘보이지 않는 손’의 작용을 거쳐 공공적 효용과 사회적 공익을 창출한다는 것은 애덤 스미스의 그 유명한 웅변이다. 이런 시장경제 시스템이야말로 인간의 본성을 순화시키는 도덕적 가치요 사회번영과 안정을 가져다준다는 것은 서구 역사에서 입증된 그대로다. 물질만능도 쉽게 얘기할 수 있는 성질의 단어가 아니다. 칸트가 국가 권력 아래에서 가장 신뢰할 만한 것은 돈의 힘이라고 강조할 정도다. 탐욕은 인간의 본질이지 자본주의의 본질이 아니다. 물질만능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가 마치 인간의 탐욕을 강화하는 기제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이해부족일 뿐 사실과 다르다. 안 후보자가 강조해야 할 것은 온갖 규제나 독점으로 먹고사는 비시장적 권력이며 공정거래에 개입하는 정부의 권력 남용이다. 비시장 권력이 자라날수록 부패는 커지고 투명한 사회 안전망은 해체되기 마련이다. ‘시장 곧 탐욕’이라는 등식이라면 실망스럽다. 자본주의는 이기적 인간들이 협동하도록 만드는 제도이지 인간을 부패시키는 그런 제도가 아니다. 총리 후보자의 시장체제 이해에 의문이 제기되는 정도라면 곤란하다. 자칫 인간의 본성과 싸우자고 할까봐 겁부터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