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양적완화 출구전략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당초 Fed는 올해 양적완화 규모를 계속 줄여나가고 내년쯤에는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은 양적완화 종료 뒤에도 상당기간 초저금리를 이어갈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일각에선 출구전략 궤도수정안도 나온다.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은행 총재는 “금리를 올리더라도 양적완화로 사들인 주택저당채권(MBS)을 당분간 내다팔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리정책과 양적완화를 분리하자는 주장은 처음 등장하는 실로 괴이쩍은 전략이다. 국가부채 문제 등 필시 불가피성이 있을 것이다.

딜레마에 빠진 건 한국은행도 마찬가지다. 12개월째 연 2.5%에서 동결된 기준금리로 고민 중이다. 이주열 총재는 인상 쪽에 무게를 두는 듯하다. 하지만 10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문제가 걸려 있고 경기가 다시 고꾸라질 수도 있다. 뒤늦게 금리를 내리기도 곤란하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샌드위치 신세다. 초저금리에도 저물가 저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내달 초 기준금리를 연 0.25%에서 0.15%로 다시 낮출 것이라 한다.

중앙은행들이 갈팡질팡하는 이유는 소위 ‘비전통적’ 통화정책인 양적완화와 초저금리 정책에 확신이 없어서다. 실제 미국 경기회복이 양적완화의 결과인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통화정책의 효과에 대한 본질적인 의문도 제기된다. 자산버블 우려도 있다. 양적완화를 끝내자니 불안하고 지속하기도 꺼림칙하다. 사실 돈을 푼다고 경제가 살아날 수는 없다. 오스트리아학파의 주장이다. 돈으로 장난치지 말라는 것이다. 진짜 경기회복은 생산성 향상 없이는 불가능하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