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의 지주회사인 (주)LG가 국내 최대 팹리스(반도체 설계 회사)인 실리콘웍스를 인수한다. 실리콘웍스는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친척이 대주주인 회사다. 스마트폰, 스마트TV 등 주력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반도체 설계 기술 확보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주)LG는 23일 이사회 결의를 거쳐 코멧네트워크가 가진 실리콘웍스 지분 16.52%와 LG디스플레이가 보유한 지분 2.89% 등을 각각 매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가격은 23일 종가인 주당 2만6600원이며, 총 인수액은 865억원이다. LG는 실리콘웍스를 계열사로 편입할 예정이다.

▶본지 4월17일자 A15면 참조

이 회사는 스마트폰, 태블릿PC, TV용 디스플레이 패널에 신호를 전달해 영상을 구현하는 디스플레이 구동칩(DDI·Display Driver-IC) 등을 설계하는 회사다. 코멧네트워크의 대주주는 구 명예회장의 처조카인 하국선 씨다.

LG 관계자는 “DDI 설계 역량을 직접 보유해 향후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며 “실리콘웍스의 LED(발광다이오드) 조명용, 자동차용 센서 터치 반도체 기술 등은 LG의 신사업인 전기차 전장 부품 등 개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리콘웍스는 최근 반도체 파운더리(위탁생산) 회사인 동부하이텍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동부하이텍 인수가 성공할 경우 LG는 반도체 설계와 생산을 함께 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게 된다. LG가 1998년 구조조정했던 반도체 산업에 다시 진출하게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등 주력 사업의 핵심 아이템인 반도체를 계속 외부에 맡길 수 없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라며 “최근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자체 설계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