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사로 잡히면 상대 약점만 들춰…官·財·政, 모든 '벌족'이 미래를 봐야"
“한국 사회는 너무 과거에 매몰돼 있어요. 미래를 보고 나아가야 합니다.”

이달 초 창립 5주년을 맞은 세계미래포럼의 이영탁 이사장(사진)은 23일 이렇게 말했다. 각계 인사를 모아 미래지향적인 지식과 정보를 나누자는 소박한 마음에서 출발한 포럼은 어느새 번듯하게 자리잡았다. 그동안 매월 조찬간담회를 58회 열었고, 최고경영자(CEO) 특강 수료자가 2400명을 넘었다.

이 이사장은 “과거에 사로잡히면 상대방의 약점만 들추게 된다”며 “정치가 낮은 수준에서 머무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서울대 상대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7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경제기획원, 재무부를 거쳐 재정경제원 예산실장, 교육부 차관, 국무조정실장 등을 지냈다. KTB네트워크 대표이사 회장,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초대 이사장도 지냈다. 본인 표현대로 전형적인 엘리트 ‘관(官)족’이다. 요새 개혁 대상으로 떠오른 ‘관피아(관료+마피아)’와 비슷한 말이다.

“나는 관족이고, 돈 많은 분은 재(財)족, 돈 많은 의사들은 의(醫)족, 정치인은 정(政)족, 관족과는 또 다른 법(法)족, 노(勞)족…. 나쁜 말이 아니고 각 분야의 지도층 인사들은 다 어떤 의미에서 ‘벌족’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들이 잘해야 우리 사회가 잘되는데 사실 참 쉽지 않은 일입니다.”

상당한 재력을 지닌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켜 2012년 5월 낸 소설책 ‘이정구’는 이 이사장의 ‘벌족 행동 길잡이’ 1탄이다. 이 책에서 재족인 이정구 회장을 통해 바람직한 지도층 인사의 롤 모델을 그렸다. 이정구란 이름은 국내 대표 기업 삼성, 현대, LG그룹의 이건희 회장, 정몽구 회장, 구본무 회장의 성을 각각 따 지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정족 등을 등장시키는 후속편을 계속 쓸 예정이다. 이 이사장은 “본인이 비리나 불법을 저지르며 엉망으로 살아놓고 입으로만 ‘공정한 사회’ ‘법과 원칙’ 이런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얼마나 가소롭게 생각하겠느냐”며 “지도층은 항상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포럼은 여러 연구를 거쳐 자체적으로 미래준비지수(FRI)를 만들어 공기업 등을 대상으로 테스트하고 있다. 미래에 대한 준비가 얼마나 돼 있는지 기업을 평가하는 잣대로 영향력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게 이 이사장의 바람이다. 이를 위해 ‘한국미래전략학회’도 설립했다. 그는 “개인, 기업, 기관, 정부 모든 분야가 미래를 보고 갈 수 있도록 회원들과 힘을 모으고 싶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24일 포럼 회원 300여명과 함께 서울 한국체육대에서 체육대회를 할 예정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