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개조 총리' 안대희, 대권주자 반열 오르나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이후 흩어진 민심을 수습하고 국면 전환을 꾀하기 위해 ‘안대희 총리’(얼굴) 카드를 꺼내들면서 향후 여권 내 대권 구도가 출렁거릴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안 총리 후보자는 소신 있는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데다 개혁 성향의 스타검사 출신으로 국민 인지도도 높아 국가 개조 및 관피아(관료+마피아) 척결 과정에서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한다면 ‘세월호 구원투수’에서 단숨에 대권 잠룡 반열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란 게 여권의 기류다.

현재 여권 내 차기 대권주자 후보로는 정몽준 서울시장 후보, 김문수 경기지사, 김황식 전 국무총리, 홍준표 경남지사 후보, 원희룡 제주지사 후보, 김무성 의원 등이 거론된다. 하지만 후보군 가운데 아직 어느 특정 후보도 뚜렷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측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공동대표, 문재인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등과 비교해서도 대중적 인지도와 인물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여권 내에서도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선 안 후보자가 김영삼 정부 시절 ‘대쪽 총리’란 별칭을 얻으며 국민적 인기를 등에 업고 여당 대선 후보 자리를 거머쥔 이회창 전 총리의 정치적 궤적을 뒤따를 것이란 예상도 내놓고 있다. 안 총리 후보자는 2003년 대검중수부장 시절 성역 없는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이끌었다. 나라종금 로비 의혹 사건 재수사에 이어 대선자금 수사를 진두지휘하면서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권력’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까지 구속하는 강단으로 인터넷 팬클럽까지 생겼다.

여권 관계자는 “정권 출범 이후 맞닥뜨린 최대 위기를 돌파할 타개책으로 안 총리 후보자가 기용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국가안전처, 행정혁신처 등 국가 핵심 기능을 흡수하는 등 총리 권한이 그 어느 때보다 막강해진 가운데 그가 보여주는 리더십에 따라 새로운 개혁의 아이콘으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권 일부에서조차 문제를 제기하는 김기춘 비서실장과의 관계 설정은 안 총리 후보자가 넘어야 할 산이다. 법조계 선후배 사이라는 개인적인 인연에 명확한 선을 그어야 하는 것 외에도 제대로 된 책임총리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선 청와대 입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여권 일각에선 국정의 사소한 부분까지 내각에 일일이 지시하는 박 대통령의 ‘만기친람(萬機親覽)’형 통치 스타일이 변하지 않는 한 안 총리 후보자가 취할 수 있는 운신의 폭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아직 뚜껑을 열어보지 않았고 그냥 시험대에 오른 상태인데 (안 총리 후보자를) 대권주자로 운운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과연 행정가로서 어떤 면모를 보이고 지금의 위기를 어떻게 돌파해나갈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