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별에서 온 그대’ 열풍으로 본 중국사회의 이해’를 주제로 열린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이 발표를 듣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23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별에서 온 그대’ 열풍으로 본 중국사회의 이해’를 주제로 열린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이 발표를 듣고 있다.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
“여신(전지현)은 남자 시청자를, 교수(김수현)는 여자 팬들을 쓰러뜨렸다. 여신과 교수가 팬들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렸다. 그간 한국 드라마는 중국에서 여성 시청자들만 확보했지만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재미를 주었고, 각자 서로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게 해줬다.”

"중국은 왜 한국 드라마를 못 따라가나"
샤오제 베이징방송국 드라마센터 마케팅부 주간은 23일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에서 열린 ‘‘별그대’ 열풍으로 본 중국사회의 이해’ 콘퍼런스에서 ‘별그대’가 중국 시청자를 사로잡은 비결을 이렇게 설명했다.

샤오 주간은 우선 “한국 드라마는 교통사고, 암, 불치병이 3대 필수요소라고 불릴 만큼 천편일률적이어서 한동안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았지만, 육체와 영혼이 뒤바뀌는 내용의 ‘시크릿가든’(2010년)을 기점으로 혁신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만화를 각색한 ‘시티헌터’(2011년)에선 불가능이 없는 슈퍼히어로가 출현했고 ‘별그대’는 외계인의 현지화마저 실현시켰다는 것이다.

부자이면서 교수인 극중 외계인 도민준은 여성의 판타지를 충족시켜주는 캐릭터다. 이 낭만적인 영웅을 김수현이 외모, 스타성, 연기력 등 3박자를 과시하며 성공적으로 해내자 중국 팬들은 수천만위안을 들여 ‘신징보’에 전면 광고를 내며 도민준에 대한 사랑을 과시했다는 것이다.

‘별그대’는 또한 ‘강한 남자, 약한 여자’라는 한국 드라마의 고정적 모델을 바꿔 여주인공을 최고의 스타로 설정했다고 샤오 주간은 지적했다. 천송이 역의 전지현은 예쁘면서도 종종 실수를 해 웃음을 주면서 많은 남성들의 마음속 여신이 됐다는 것이다. 특히 연애할 때의 천송이는 여학생처럼 복잡하고 수줍은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 사이에서 ‘여신도 연애할 때는 우리와 같구나’라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샤오 주간은 “전지현이라는 여신의 연기에는 한마디로 위화감이 전혀 없었다”며 “연기가 마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별그대’에 나오는 한류 문화와 한국 스타일의 매력도 중국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며 “‘별그대’에는 각종 명품이 번갈아 등장하는데 모두 극중 인물의 특색을 부각하는 도구로 잘 활용돼 마치 스토리가 있는 광고를 시청하는 듯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별그대’ 때문에 중국의 ‘귀한 집 아가씨’들은 천송이 제품 구매에 열을 올렸고, 월급쟁이도 ‘치맥(치킨과 맥주)’ 정도는 먹게 됐다”며 “그것이 세련된 문화의 상징이 됐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중국엔 현재 10만여명의 전문 극작가가 있고 매년 1만6000편 이상의 드라마가 제작되지만 결혼, 출산, 가정 내 갈등과 같은 현실적 소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별그대’는 영화 수준의 촬영과 특수효과를 사용해 마치 할리우드 대작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리성리 중국 미디어대 연극영상학부 교수는 2000년대 들어 ‘한국 트렌디 드라마’의 브랜드 파워가 커진 데다 ‘별그대’에는 이전의 트렌디 드라마보다 혁신적인 요소가 더욱 많았다고 분석했다.

천송이는 도민준에 비해 지능이나 수입 면에서는 떨어지지만 온몸을 휘감은 명품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외계인 주인공은 서스펜스를 가중시켰고 전개의 변수를 증가시켰다는 것이다.

리 교수는 ‘별그대’가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동영상 사이트인 ‘아이치이(愛奇藝)’를 통해 방영된 점에도 주목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한국에서 드라마가 방송된 직후 인터넷을 통해 중국어 자막이 들어간 영상을 거의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고, 이것이 팬들을 확산하는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오형주 기자·유재혁 대중문화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