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아돌프 히틀러 독일 나치 총통에 비유한 영국 왕실 찰스 왕세자의 발언으로 영국과 러시아 사이에 외교 갈등의 조짐이 일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찰스 왕세자의 캐나다 방문 기간에 나온 이같은 발언과 관련 영국 정부에 공식적인 해명을 요구했다고 22일 BBC방송이 보도했다.

영국 주재 러시아대사관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대사관 고위 관계자가 영국 외무부 당국자를 만나 찰스 왕세자의 문제 발언을 포함한 양국 간 외교 현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찰스 왕세자의 의전을 담당하는 왕실 클레런스하우스는 이에 대해 이 문제를 더거론하지 않겠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찰스 왕세자는 지난 20일 캐나다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의 이민사박물관에서 나치 학살 피해자인 70대 자원봉사자와 사적인 대화를 나누다가 크림반도를 병합한 푸틴을 히틀러에 비유해 논란을 불렀다.

찰스 왕세자는 나치 학살에 가족을 잃은 자원봉사자의 사연을 듣고서 “푸틴대통령이 한 행위는 히틀러가 저지른 짓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해 정치에는 개입하지않는 왕실의 관행을 깼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찰스 왕세자는 다음 달 6일 프랑스 노르망디 상륙작전 70주년 기념식에서 푸틴 대통령과 만날 예정이어서 외교적 결례 논란도 제기됐다.

왕세자의 문제 발언은 지극히 사적인 일이라는 왕실의 해명에도 하원외무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노동당 소속 마이크 게이프스 의원은 “왕세자는 외교정책에 대한 간섭을 중단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왕정 폐지 운동진영에서도 왕세자의 발언은 정치 개입 행보를 확대해 온 연장선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누구나 사적인 의견은 가질 수 있다. 왕세자의 사적인 대화는 논평 대상이 아니다”며 왕세자를 감싸는 태도를 보였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